새 기능 욕심·조급한 출시 일정에 제품 안전성 희생
"정확한 발화 원인 못 찾으면 판매 재고해야" 의견도


발화 우려로 생산 중단 사태를 맞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은 공산품 판매에서 소비자 안전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는 교훈을 일깨우는 값비싼 사례로 기억될 전망이다.

갤럭시노트7은 출시 초반 각종 신기술로 흥행에 성공했다.

모바일 금융과 접목한 홍채인식 센서, 방수·방진 기능,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와 듀얼 픽셀 카메라, 번역기를 지원하는 S펜 등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전작보다 15% 이상 용량을 키운 배터리는 대화면 프리미엄폰의 활용도를 크게 높였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갤럭시노트7 출시일을 예년보다 열흘가량 앞당겼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직전 제품을 출시해 글로벌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복안이었다.

공교롭게도 일부 배터리 결함은 이런 신기술 욕심과 조급한 출시 과정에서 발생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배터리 결함의 원인이 극판 공정상의 미세한 실수로 확인됐으며, 교환 제품에선 이런 문제를 완벽히 해결했다고 공언했다.

배터리 공급사도 급한 대로 ATL사로 단일화했다.

그러나 이미 교환된 갤럭시노트7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면서 거듭 제품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를 믿고 갤럭시노트7을 환불하는 대신 신제품으로 교환한 소비자들을 실망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초 자발적 리콜을 발표한 데 이어 재판매 10일째인 이날 생산 중단을 결정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나빠진 시장 분위기를 단기간에 반전시킬 수 묘수를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발화 원인에 관해서도 관측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는 "중국 ATL이 한꺼번에 많은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품질 검사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면서도 "배터리 문제인지, 기기 문제인지 현재는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품 안전 문제는 회사를 존폐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타이어 회사인 브리지스톤·파이어스톤은 2000년 타이어 디자인 문제로 수차례 인명사고가 발생했으나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지 못해 막대한 금액의 소송에 휘말렸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심각한 폐 질환을 유발하는 가습기 살균제를 국내 시장에서 판매했다가 손해배상 책임을 지고 경영진이 처벌된 데다 관련 제품이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당했다.

일각에서는 지금이라도 삼성전자가 제품 판매 중단이나 단종 등 최고 수위의 대응책을 내놓는 것이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IT경영전공 교수는 "스마트폰은 사람이 항상 들고 다니기 때문에 안전 문제가 더 중요하다"며 "정확한 발화 원인을 찾지 못한다면 갤럭시노트7을 포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내년 초까지 갤럭시노트7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새로 출시하는 갤럭시S8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김예나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