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외부 충격 탓·미국은 당국 조사 중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리콜을 잘 마무리하고 다시 순항하는 듯하더니 국내외에서 불거진 2건의 발화 사건으로 다시 소비자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노트7은 지난 1일 국내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각각 1차례의 배터리 발화 사건이 발생했다.

국내 배터리 발화 사건은 민간 검사 서비스 업체인 한국SGS 기흥시험소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조사 결과 외부의 충격과 눌림에 의해 배터리에 문제가 생겨 발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다.

하루 전 미국에서 발생한 발화 사건은 켄터키주 루이빌 공항에서 대기 중이던 여객기 안에서 한 승객이 소지하고 있던 갤럭시노트7에서 발생해 승객들이 급히 대피하고 여객기 출발이 지연되는 소동을 일으켰다.

현재 루이빌 소방당국 화재감식반은 문제의 기기를 보관하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국내 발화 사건은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미국 발화 사건은 문제의 기기를 확보하지 못했고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국내 발화 사건의 경우 충격이 가해진 것이 사실이더라도 이것이 일상생활에서 있을 만한 정도 수준이었는지 아닌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발화 사건은 정확한 원인이 드러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가정집이 아니라 항공기 내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해 미국 항공당국과 현지 소방당국 등이 개입한 만큼 삼성 자체 조사보다 절차가 복잡하다.

아직 사고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미국 사건의 경우 외부 충격 여부를 알 수 없어 배터리 자체 결함 가능성도 섣불리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차전지 분야에서 세계적 연구자로 꼽히는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미국 발화 사건에 대해 "60∼80% 충전된 상태에서 문제없는 배터리가 자연 발화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정확한 팩트를 알지 못해 조심스럽지만, 만약 언론 보도대로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면 배터리 자체의 결함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통상 글로벌 제조사의 배터리 불량률은 1억개 중 1개 수준인데, 만일 이번 사고도 배터리 불량 때문이라면 이 수치가 수백만대 중 1개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것이어서 심각하다"며 ATL 배터리의 신뢰성을 다시 검증할 필요성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배터리 외의 결함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외부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외장 부분 설계의 문제나 배터리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의 문제 등 여러 가능성이 언급된다.

한 배터리 전문가는 미국 배터리 발화 사건에 대해 "지금은 배터리 손상 시점이 언제인지 모르는 상태이며 이미 배터리에 손상이 간 상태에서 전원이 꺼졌다면 서서히 발열돼 불이 붙었을 수 있다"며 "다만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 발화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사고조사 결과처럼 외부 충격에 의한 발화가 맞는다면, 이용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충격이 가해질 때 배터리가 발화하는지까지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회사의 명운이 걸린 상황이라 정확한 조사와 해명에 진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전 세계에서 접수된 갤럭시노트7의 과열·발화 신고 중 명백한 허위 신고가 59건 있었으며 지금까지 판매된 120만대 이상의 새 제품에서 배터리 문제는 한 건도 없었다고 강조한다.

또 미국 발화 사건의 제품을 회수해서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기 전까지 교환된 갤럭시노트7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한지훈 기자 solatido@yna.co.kr,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