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이 4일(미국 샌프란시스코 현지시간) '픽셀 스마트폰' 2종을 내놓고 고급 안드로이드폰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의 '넥서스' 브랜드 스마트폰들은 세계시장의 80% 이상(대수 기준)을 차지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폰의 기준(레퍼런스)이어서 2010년 처음 나온 후 매년 주목을 받아 왔으나, 고가의 플래그십 모델은 아니었다.

그러나 구글은 올해부터 스마트폰 브랜드를 '넥서스'에서 '픽셀'로 바꾸고 '메이드 바이 구글'임을 강조하는 등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어서 삼성전자가 장악한 고급 안드로이드폰 시장에 영향이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하반기 주력상품인 '갤럭시노트7'이 예상치 못한 리콜 사태로 주춤한 틈을 타 구글 픽셀폰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픽셀폰에 대해 구글이 공식적으로 밝힌 바는 아직 전혀 없다. 4일 오전(한국시간 5일 새벽)에 샌프란시스코에서 '구글이 만든' 기기 관련 발표를 한다는 내용을 공개했을 뿐이다.

이 발표 예고는 지난달 19일 미국에서 시청률과 광고료가 매우 높은 ESPN의 '먼데이 나이트 풋볼' 시간에 TV광고로도 방영됐다.

구글이 소비자를 겨냥해 대규모로 하드웨어 광고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예고사이트의 주소가 '구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뜻인 '메이드바이 구글 닷컴'(madeby.google.com)인 점으로 보아, 구글은 자신들이 직접 설계한 하드웨어 제품군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행사에서는 가정용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 홈', 가상현실(VR) 헤드셋 '데이드림 VR', TV용 스트리밍 기기 '크롬캐스트'의 신모델인 '크롬캐스트 울트라', 가정용 와이파이 라우터 등도 공개될 것으로 전망되나, 가장 큰 관심은 역시 픽셀 스마트폰에 쏠린다.

구글 픽셀폰에 대해서는 유출된 정보가 꽤 많으며, 전례로 보아 대부분이 들어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IT 전문매체들이 전한 유출 정보 내용을 종합하면 구글 픽셀 폰은 화면 크기(대각선 길이 기준)가 5인치인 모델과 5.5인치인 모델 등 두 가지다.

암호명이 '말린'(Marlin)이었던 전자는 그냥 '픽셀', 암호명이 '세일피시'(Sailfish)였던 후자는 '픽셀 XL'로 각각 불릴 예정이다.

둘 다 구글의 최신 모바일 OS인 안드로이드 7.1이 탑재된 상태로 발매되며, 중앙처리장치(CPU)는 클록 속도가 2.15㎓인 퀄컴 스냅드래곤 821, 램은 4GB다.

전면 카메라는 800만 화소, 후면 카메라는 1200만 화소이며 손떨림의 영향을 줄여 주는 광학적 이미지 안정화(OIS) 모듈이 들어 있다. 내장 플래시 용량은 32GB와 128GB 등 두 가지다.

작년까지 나온 '넥서스 폰'은 삼성전자 갤럭시S·노트 시리즈 혹은 애플 아이폰보다 가격이 낮았으나, 올해 나올 픽셀 폰의 가격은 삼성이나 애플의 플래그십 제품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드로이드폴리스는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5인치 구글 픽셀의 가격이 미국 기준으로 649 달러(71만5천 원)까지도 갈 수 있으며 5.5인치 픽셀 XL의 가격은 그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예상을 전했다.

이는 구글이 작년 하반기에 넥서스 5X(379∼429달러)와 넥서스 6P(499∼649달러)를 내놓을 때 책정했던 가격보다 훨씬 높으며, 4.7인치 아이폰 7 32GB 모델(649 달러)이나 5.1인치 삼성 갤럭시 S7(정가 670 달러)과 맞먹는 수준이다.

정확한 가격 책정은 변수가 많아 적중할지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지만, 구글이 픽셀 폰을 앞세워 그간 삼성전자가 주름잡아 온 고급 안드로이드폰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안드로이드폴리스 등 해외 IT매체들에 따르면 픽셀 스마트폰에는 생산을 맡은 HTC의 로고가 빠지고 구글의 픽셀 브랜드만 강조될 예정이다. 이 또한 구글이 픽셀 폰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보여 주는 정황이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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