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오른쪽)과 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K펀드1’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펀드 운용을 맡은 플뢰르 펠르랭 코렐리아캐피털 대표의 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오른쪽)과 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K펀드1’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펀드 운용을 맡은 플뢰르 펠르랭 코렐리아캐피털 대표의 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5년 내 유럽에서 유니콘(기업가치가 1000억원을 넘는 스타트업)을 한 곳 이상 키워내겠다.”

네이버가 유럽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은 3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프랑스계 벤처캐피털(VC)인 코렐리아캐피털과 함께 총 1억유로(약 1234억원) 규모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 펀드인 ‘K펀드1’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네이버와 라인이 5000만유로씩 출자한 이 펀드는 한국계 입양아 출신으로 프랑스 디지털경제부 장관을 지낸 플뢰르 펠르랭 코렐리아캐피털 대표(사진)가 운용을 맡는다.

◆“인공지능 등 신기술 투자”

네이버 이해진의 '유럽시장 출사표'
이 의장은 펠르랭 대표와의 파트너십에 대해 “내게 너무나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투자 수익만 얻길 원했다면 그냥 펀드에 돈을 넣었을 것”이라며 “(코렐리아캐피털과) 단순 투자를 넘어서는 전략적 사업 관계가 되도록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이 의장은 주된 투자 대상으로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꼽았다. 그는 “국내에서도 D2스타트업팩토리 등을 통해 기술 회사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며 “프랑스에도 그런 기술력을 갖춘 인재가 많은데 지금은 대부분 고연봉을 주는 미국으로 가지만 앞으로 이들이 회사를 설립해 아시아에 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주요 투자 분야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계학습 딥러닝 도표화(매핑) e서비스 등을 꼽았다. 최근 글로벌 기업의 유럽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1년 에스토니아의 인터넷 전화 서비스인 스카이프를 85억달러에 인수했으며 구글은 2014년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개발한 영국계 딥마인드를 4억파운드에 사들였다.

이 의장은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공룡들은 최근 스타트업의 씨가 마를 정도로 대거 사들이고 있다”며 “(이런 기업들과 어떻게 승부해야 하는지) 그런 걱정 때문에 여전히 잠을 못 자고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의장은 “내가 잘할 수 있고 회사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해외 시장에 나가서 앞으로 후배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또 다른 디딤돌이 되는 것”이라며 “미국 중국 한국 등 나라별로 해외 진출 방안과 파트너십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네이버 이해진의 '유럽시장 출사표'
◆“디지털 혁신, 소수 기업 독점 안 돼”

펠르랭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구글의 시장 지배력에 대해 “디지털 혁신을 소수 기업이 독점해서는 안 된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국가 경제가 탄탄하게 성장하려면 일부 기업에 힘이 몰려서는 안 된다”며 “디지털 혁신에 다양한 기업이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펠르랭 대표는 “공정 경쟁은 어느 한 국가에서만 중요한 이슈가 아니다”며 “다국적 기업이 최근 국가 정책상의 약점을 공략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면 해당 국가에서 법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당 국가에서 인프라와 현지 노동력을 활용하는 혜택을 누리면서 매출을 올렸다면 세금을 내는 게 지극히 당연하다”며 “(최근 야후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서 보듯)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면 기업들이 현지 법을 최대한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