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공장과 자회사에 3조원대 투자

삼성그룹의 바이오 사업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예비심사 통과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을 관련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적극 투자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를 최대주주로 두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본격적인 상장 절차를 밟으면서 그룹 내 반사이익과 지배구조 개편 작업 여부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졌다.

29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조만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수요 예측과 공모 청약 등을 거쳐 연내 상장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11월께 상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약 3조원, 상장 후 시가총액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같은 공모자금을 현재 건설 중인 제3공장에 사용할 계획이다.

또 차입금을 상환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아키젠 등의 자회사에도 일부를 투자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3공장 시설 확충과 차입 금액 상환, 자회사 투자 등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송도에 8천500억원을 투자해 제3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3공장의 바이오의약품 연간 생산 능력은 18만ℓ다.

제3공장은 내년 완공돼 생산설비의 적절성 등을 검증하는 '밸리데이션' 작업 등을 거치면 2018년 4분기부터 상업가동이 시작될 전망이다.

제3공장까지 완공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의 생산규모를 자랑하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가 된다.

현재 가동 중인 제1공장(3만ℓ)과 제2공장(15만ℓ)을 합치면 연간 생산능력이 36만ℓ에 달하기 때문이다.

경쟁 CMO 업체인 스위스의 론자(26만ℓ), 독일의 베링거인겔하임(24만ℓ)을 크게 뛰어넘는 규모다.

대규모 생산설비를 갖춰 물량으로 경쟁사를 압도하고, 더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인 생산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과거 '반도체 신화'의 경험을 바이오 사업에 고스란히 녹여내겠다고 여러 번 강조한 바 있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공정과 플랜트 설비 기술을 확보한 삼성이 동종 업계 대비 40%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등 속도에 있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공사 기간 단축이 곧 원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내용은 삼성그룹의 사내방송인 SBC를 통해서도 다시 방영됐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역시 과거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반도체의 자리를 이제는 바이오 산업이 대체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전날 대구 경북대에서 열린 삼성그룹 차원의 행사에서 "과거 반도체가 전자·IT산업을 이끌며 성장을 주도했듯이 이제는 게놈, DNA와 같은 (바이오 산업의) 키워드가 새로운 시장을 이끄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바이오가 명실상부한 삼성그룹의 '미래먹거리'로 떠오르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이 그룹 내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물산(52.1%)과 삼성전자(47.8%)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99.9%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이 삼성물산의 주주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관측이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상장 후 시가총액만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삼성이 주력사업으로 밀고 있는 만큼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또 상장이 마무리된 후에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물려받게 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지분 17.0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jan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