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용 카드게임 디오에스(D.O.S) "벌써 마니아 생겼다"

[왼쪽부터 송용구 책임연구원, 김종환 디렉터, 강병욱 기획자]

덱에서 카드를 뽑아 상대의 카드와 비교해 승패를 가리는 카드게임(CCG)은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장르다. 상대의 수를 예측해 나의 다음 수를 계산하는 치열한 수싸움과, 블러핑으로 허를 찌르는 심리전은 다른 게임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카드게임의 매력이다. 여기에 덱에서 내 손패로 어떤 카드가 '드로우'되느냐가 변수로 작용한다. 머리 깨나 쓴다는 카드게임 고수끼리 맞붙기라도 하면 여느 액션게임보다도 치열하고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연출된다.

카드게임에 단점이 있다면 오직 둘만의 진검승부라는 점이다. 게임은 즐기라고 만든 것이라는데, 카드게임만은 유독 그렇지 않다. 실력에 따른 승패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승자는 승리의 쾌감을 만끽하지만, 패자는 자존심에 상당한 타격을 입는다. 우정파괴게임으로 손색이 없다. 이 때문에 일부 카드게임은 도발로 인한 정신적 데미지를 줄이기 위해 채팅을 금지하기도 했다.

만일 셋이서 카드게임을 즐긴다면 어떨까. 한명이 앞서나가면 다른 한명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고, 둘이 싸우는 틈을 타 또다른 한명이 독주에 나선다. 때로는 2등과 3등이 연합해 1등을 집중 견제하기도 한다. 실력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덜고, 전략적인 재미는 더해진다. 한없이 진지할 수 밖에 없었던 카드게임이 즐겁고 떠들썩한 캐주얼게임이 된다.

3인용 카드게임 디오에스(D.O.S) "벌써 마니아 생겼다"

넥슨이 개발한 신작 모바일게임 '디오에스(D.O.S)'는 이 떠들썩한 재미에 주목한 카드게임이다. 전략적 수싸움과 심리전을 추구하는 카드게임에 '모노폴리' 방식의 주사위 보드게임을 접목해 셋이서도 즐길 수 있는 카드게임으로 재탄생시켰다. 콘솔이나 온라인에서는 비슷한 게임이 있지만, 모바일에서는 이례적인 시도다.

지난 2년간 무수한 담금질을 거친 '디오에스'는 9월 28일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한국에 정식 출시됐다. CBT 때부터 게임 잘 만들었다고 입소문이 퍼지더니, 출시 첫날부터 카드게임 마니아들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게임 개발을 맡은 넥슨의 김종환 디렉터, 송용구 책임연구원, 강병욱 기획자를 넥슨 본사에서 만나 게임 설명 및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3인용 카드게임 디오에스(D.O.S) "벌써 마니아 생겼다"

3인용 카드게임, 플레이 시간을 줄여라

'디오에스'는 넥슨의 2016년 핵심 키워드인 '다양성'에 가장 부합하는 게임 중 하나다. 카드게임에 보드게임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캐주얼게임과 RPG 일색인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보기 드물게 참신하면서도 재미있는 도전이다. 더구나 넥슨과 같은 메이저 대형 게임사로서는 선뜻 개발에 나서기 어려운 게임이다.

김종환 디렉터는 "시장을 선점한 기존 게임들과 비슷한 게임으로 대결하는 것은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기존에 시장에 없던 장르가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전략적인 보드게임을 한번 만들어보기로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런데 막상 만들어보니 너무 힘들었다"며 "지금은 좋은 선택이었다는 말을 듣지만, 당시에는 뭐하러 이런 장르를 선택해서 고생하나 싶어서 정말 후회했다"고 웃었다.

김 디렉터의 푸념(?)에 송용구 연구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는데, 실제 개발은 훨씬 어려웠다"며 "모바일게임에서 참고할 만한 게임이 너무 없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시중에 보드게임은 많았지만 그 중 전략적인 요소를 도입한 게임은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콘솔이나 온라인 등 다른 플랫폼으로 나온 게임을 참고하자니 모바일에 적합하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았다는 설명이다.

3인용 카드게임 디오에스(D.O.S) "벌써 마니아 생겼다"

전략성을 보드게임에 녹이기 위한 치열한 고민과 시도가 거듭됐다. PvE콘텐츠인 시나리오모드도 시도해봤고, 런게임 스타일의 보드게임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김 디렉터는 "프로토타입만 10번 넘게 만든 것 같다"고 웃으며 "여러가지 테스트를 시도한 결과, 우리가 추구하는 전략적 요소에 카드게임이 가장 부합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의 뼈대가 완성되자 또다른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전략이 중요하다보니 유저들이 수를 고민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셋이서 돌아가며 고민하다보니 게임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진 것이다. 한 판 당 최소 20~30분이 걸렸다. 모바일게임 사이클에 맞추려면 반드시 게임 시간을 줄여야 했다.

개발진이 내놓은 해결책은 보드게임 초반의 지루함을 줄이고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었다. 게임은 유저 모두가 토지 2군데를 차지한 상태에서 시작한다. 초반에 토지를 차지하고 크리쳐를 배치하는 시간이 지루하다는 의견이 많자, 이 과정을 과감히 생략하는 촉진룰을 도입한 것이다. 또한 셋 중 둘이 전투를 벌이는 시간 동안 남은 한명은 자신의 손패를 점검하고 덱에서 카드를 교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게임의 빠른 진행을 돕고 구경의 지루함까지 덜어낸 1석 2조 시스템이다.

우여곡절 끝에 개발진은 게임 시간을 10~12분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래도 유저들 입장에서는 너무 긴 게 아닐까 걱정이 많았다. CBT 때 반응을 봤더니 다행히 대부분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남겼다. 김 디렉터는 "회사원들이나 학생들 중에는 간혹 10분을 넘기는 게 아쉽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이 유저들을 위해 좀 더 시간이 적게 걸리는 1대1 듀얼모드도 만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3인용 카드게임 디오에스(D.O.S) "벌써 마니아 생겼다"

친구들과 왁자지껄, 딴지 거는 재미가 있어야

'디오에스'의 또다른 특징은 셋이서 서로를 쉴 새 없이 견제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개발진은 이를 "딴지를 건다"고 표현했다. 캐릭터마다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유의 스펠이 있는데, 이 스펠을 사용하면 순위가 일거에 뒤바뀌기도 한다. 예를 들어 '주사위를 굴린 숫자만큼 1등이 뒤로 후퇴한다'거나 '주술을 걸어서 일정 시간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식이다.

딴지로 인해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최대한 완화하려고 노력했다. 송 연구원은 "딴지 거는 것은 친구끼리는 재미있는 요소가 되지만, 모르는 사람끼리는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있었다"며 "주술을 걸면 귀여운 개구리로 변신하는 등 재미있게 풀어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딴지 시스템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의견은 없었다는 후문이다.

카드게임 특유의 진입장벽도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카드게임에서는 카드가 많을수록 유리하며, 오래 즐긴 유저가 카드를 많이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신규유저들은 초반부터 연패를 하다가 흥미를 잃기 십상이었다. 또 초반에 승기를 잡은 사람이 무리하지 않고 스노우볼을 굴려가면 역전이 힘들다는 점도 문제였다.

3인용 카드게임 디오에스(D.O.S) "벌써 마니아 생겼다"

'디오에스'의 '리벤지 어택'은 신규유저들을 배려하고 꼴찌의 일발역전이 가능하도록 고안된 시스템이다. 전투에서 패배할 때마다 포인트가 하나씩 쌓이는데, 이 포인트가 쌓이면 '마신'을 소환할 수 있다. 이 마신은 필드에 광역데미지를 입히는 등 다양하고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송 연구원은 "리벤지 어택을 사용하면 꼴찌도 킹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러한 변수가 재미있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자랑했다.

참신한 시도와 치열한 고민은 헛되지 않았다. 지난 6월 실시한 CBT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게임 난이도가 높아서 초보자들은 게임 방법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기우였다. 김 디렉터는 "젊은 사람들은 3번 정도 플레이하면 바로 룰을 이해하는 것 같다"며 "CBT 때 충성유저가 대폭 늘어났다"고 전했다. "특히 게임이 정식 출시되면 하던 게임을 접고 바로 넘어오겠다는 카드게임 마니아들이 많았다"며 "우리 게임을 좋아해줘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디오에스'는 게임 캐릭터와 주제곡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신규 영상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유저 모으기에 나섰다. 새로운 시도를 내세운 '디오에스'가 넥슨 하반기 돌풍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서동민 한경닷컴 게임톡 기자 cromdand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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