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 & Mobile] '구르미 그린 전쟁'…IT 공룡들 클라우드 격돌
클라우드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최대 격전장으로 떠올랐다. 클라우드는 개별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단말기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고 인터넷상에서 데이터를 분석 및 처리, 저장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각 단말기 화면에는 입·출력 결과만 나타난다.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2006년 자체적으로 쓰고 남는 컴퓨팅 자원을 다른 회사에 빌려주기 시작하면서 클라우드 서비스가 본격화됐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데다 이에 기반을 둔 각종 혁신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디지털 변혁’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

5년 후 시장 규모 ‘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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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시장 분석 및 컨설팅 회사인 IDC는 최근 발간한 연구 보고서에서 클라우드 시장 규모가 2020년 19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전망치인 965억달러를 2배 넘어서는 규모다. IDC는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연평균 20.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IDC 측은 “2020년까지 모든 신규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구매의 50%는 클라우드에 기반을 둘 것”이라며 “그 결과 소프트웨어 매출의 4분의 1 이상을 클라우드가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크 허드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도 지난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픈월드 2016’ 행사에서 “2025년까지 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데이터센터의 80%가 사라질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각 기업 전체 IT 예산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유지보수 비용이 급감하면서 이를 서비스 혁신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AWS가 ‘부동의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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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회사인 시너지리서치그룹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IBM 구글 등 ‘클라우드 빅4’ 기업의 올해 2분기 시장 점유율이 55%에 달한 것으로 집계했다. AWS가 31%로 1위였고 이어 MS 11%, IBM 8%, 구글 5%

등의 순이었다. 오라클 세일즈포스 알리바바 조이언트 등 후발주자 그룹인 ‘넥스트 20’의 점유율은 26%였다.

AWS는 2분기 매출 29억달러, 영업이익 7억1800만달러를 기록했다. 아마존 전체 영업이익의 55%가 AWS에서 나왔다. 매출 기준으로도 10%에 육박한다. 브라이언 올사브스키 아마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AWS는 지난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722개 추가한 데 이어 올해도 422개를 새롭게 선보였다”고 말했다. 시장분석회사인 가트너는 2015년 기준으로 “AWS가 경쟁사 14곳을 합친 것보다 10배 많은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위 MS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MS의 클라우드 플랫폼인 ‘애저’와 서버 소프트웨어 관련 제품을 포함한 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6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늘었다. 애저 매출 증가율은 102%에 달했다. MS는 CEO인 사티아 나델라가 2014년 취임한 뒤부터 클라우드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통합 운영체제인 윈도 10과 워드 엑셀 등 오피스 프로그램의 강력한 플랫폼 및 소프트웨어 파워를 무기로 삼아 AWS를 공략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7월 낸 ‘CIO 서베이 리포트’에서 2019년까지 MS가 AWS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너도나도 “아마존 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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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IBM도 클라우드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4년 2월 선보인 클라우드 개발 플랫폼인 ‘블루믹스’에는 1조2000억원을 투입했다. 블루믹스에 등록된 앱(응용프로그램) 개발 프로그램(API)만 140여개에 달한다. IBM의 인공지능(AI) 컴퓨터 프로그램 ‘왓슨’도 이 가운데 하나다. IBM 관계자는 “왓슨을 연계한 모바일 앱을 개발해 서비스할 수 있다는 게 블루믹스의 최대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구글과 오라클은 AWS를 정면으로 겨냥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구글은 머신러닝을 결합한 클라우드 서비스로 승부하고 있으며 오라클은 지난 20일 AWS보다 처리 속도 및 스토리지 용량 측면에서 우월하지만 가격은 오히려 20% 저렴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치열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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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이들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4대 기업 중 구글을 제외한 AWS, MS, IBM이 모두 국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클라우드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부분 기존 데이터센터를 임차하는 방식이지만 MS는 2019년까지 부산에 신규 데이터센터를 추가 건립할 계획이다. 오라클도 내년까지 국내 데이터센터를 마련할 방침이다. 아직 클라우드로 전환하지 않은 국내 기업이 주요 타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클라우드 시장 자체가 초기 단계에 있다”며 “향후 5년 내 승패가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기업 간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