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로 소비자 경각심 높고 경쟁작 아이폰7도 출시돼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리콜 초반 미국 소비자가 한국 소비자보다 리콜에 응하는 비율이나 개통을 취소하는 비율이 크게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리콜에 대한 두 나라 소비자의 반응 차이는 앞으로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판매를 재개한 후의 각국 시장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21~22일 미국에서 공식 리콜의 절반가량을 완료했고, 리콜에 응한 소비자의 10%가 개통을 취소하고 환불하거나 다른 제품으로 바꾸면서 갤럭시노트7을 포기했다고 25일 밝혔다.

반면, 한국에서는 19~21일 사흘 동안 갤럭시노트7 리콜 비율이 약 25%로 집계됐다.

기존 환불 기한인 19일까지 개통을 취소한 소비자도 1만8천명(전체 판매량의 4.5%)에 그쳤다.

종합하면, 본격적으로 리콜이 시작된 직후 미국 소비자의 리콜 비율과 개통취소율은 한국 소비자의 2배 이상에 달했다.

미국 시장이 이번 리콜 사태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차이는 미국과 한국의 시장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미국에서는 연방항공청(FAA)과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등이 직접 나서 갤럭시노트7 사용 중단을 권고하거나 공식 리콜을 발령했다.

나중에 현지 소방당국이 화재 원인을 '미확인'으로 분류했지만, 미국 플로리다에서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때문에 차량이 전소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경각심도 높아졌다.

더구나 경쟁사 애플은 적기에 아이폰7과 아이폰7플러스를 출시하며 대체재를 제시했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국토해양부나 국가기술표준원의 역할보다 삼성전자의 자발적 리콜 효과가 부각됐다.

주요 언론 매체도 갤럭시노트7의 위험성보다는 '과감하고 신속한 리콜 결단'을 강조했다.

미국처럼 갤럭시노트7에 의한 것으로 의심되는 큰 화재 사고 제보가 없었고, 아이폰7이나 LG V20 같은 경쟁작이 아직 출시되지 않아서 마니아 소비자들의 환불을 망설이게 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소비자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설마 자신의 스마트폰이 터지겠느냐는 생각을 품고 선뜻 환불이나 교환에 나서기보다 사태를 관망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이다.

갤럭시노트7 판매 재개 후에도 이런 차이는 이어질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오는 28일 한국 시장에서 갤럭시노트7 판매를 재개한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는 다음달 이후 판매를 재개할 전망이지만, 정확한 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