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뒷면 광각 카메라, 32비트 고음질 쿼드(4중) 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DAC), 구글의 최신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7.0 누가(Nougat)’….

LG전자가 7일 발표한 전략 스마트폰 V20에 탑재된 혁신적 기능들이다. 모두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LG전자는 V20을 내세워 하반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애플 등 선두권 업체들에 도전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갤럭시노트7 리콜 문제로 악재를 만난 상황에서 LG전자가 V20으로 스마트폰 사업의 반전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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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카메라에 힘 준 LG전자 최종병기 'V20' 공개
명품 오디오 B&O와 협업

V20은 고성능 쿼드 DAC를 탑재해 일반 CD 음질보다 16배 이상 뛰어난 32비트, 384㎑의 고해상도 음원까지 재생할 수 있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들숨과 날숨, 현악기 줄에 활이 닿는 소리, 기타 줄의 미세한 떨림까지 느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전자는 맑고 깨끗한 고음부터 깊은 중저음까지 균형 잡힌 사운드를 만들어 내기 위해 덴마크의 명품 오디오 회사 뱅앤올룹슨(B&O)플레이와 협업했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이어폰도 B&O플레이와 함께 제작한 것이다. 이어폰의 좌우 음량은 최대 75단계까지 조절돼 미세한 소리를 느낄 수 있다.

V20에는 고음질 녹음 기능도 있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오디오 녹음 앱(응용프로그램)으로 ‘기본 모드’ ‘콘서트 모드’ ‘사용자 설정 모드’ ‘스튜디오 모드’ 등의 녹음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예컨대 콘서트 모드를 활용하면 멀리 있는 공연자의 목소리를 집중적으로 담을 수 있다.

V20은 또 세계 최초로 앞·뒷면에 모두 광각 카메라를 탑재했다. 뒷면에는 75도 화각의 1600만 화소 일반각 카메라와 135도 화각의 800만 화소 광각 카메라가 장착됐다. 앞면에는 120도 화각의 500만 화소 광각 카메라가 탑재됐다. 셀카봉 없이도 7~8명이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수준이다.

구글의 최신 OS인 안드로이드 7.0이 탑재돼 스마트폰 화면을 분할해 두 개의 앱을 동시에 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뒷면 배터리 커버는 항공기와 요트에 쓰이는 알루미늄 소재로 제작했고, 스마트폰 위아래는 충격에 강한 실리콘-폴리카보네이트 소재를 썼다.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사장)은 “국내에서 이달 말 제품을 처음 출시한 뒤 미국 홍콩 등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할 계획”이라며 “프리미엄폰 본연의 기능들에 초점을 맞춰 V20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V20으로 실적 개선 기대

LG전자는 V20 출시로 스마트폰 사업의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다. 이 회사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부문은 작년 2분기부터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올 들어서도 1분기 2022억원, 2분기 1535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 7월 프로그램매니지먼트경영자(PMO)라는 직책을 신설하고, 모바일 영업 조직을 가전과 통합하는 등 분위기 쇄신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V20은 LG전자로서는 스마트폰 사업을 다시 일으켜 세울 ‘구원투수’의 의미를 갖는다. 회사 내부에서는 V20으로 실적 회복의 전기를 마련하고, 내년 초 새로운 G시리즈 스마트폰 출시 때까지 분위기를 이어가자는 기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