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비용을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마음이 아플 정도의 큰 금액입니다. 하지만 금전 규모와 상관 없이 고객의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2일 서울 태평로 사옥에서 지금까지 판매된 갤럭시노트7의 전량 교체 방침을 밝히면서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글로벌 소비자에게 판매한 150만대 규모의 갤럭시노트7을 모두 교환해주기로 했다. 또 소비자에게 판매되지는 않았지만 국내외 통신사와 유통점 등에 공급한 제품 100만대는 회수하기로 했다. 총 250만대 규모다.

고 사장은 갤럭시노트7 전량 리콜 결정에 대해 천문학적 손실이 발생하지만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이 다치는 사고는 없었지만 갤럭시노트7은 국내외에서 사전 예약을 통해 주문하고 돈을 지불한 사람이 거의 80~90% 정도일 정도로 충성 고객이 많았다”며 “단순히 배터리만 교체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사내외에도 금전 규모와 상관없이 소비자의 안전과 품질, 고객 만족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갤노트7 '전격 리콜'] 빠르게…통 크게…삼성, 불량률 0.0024%에도 "모두 바꿔주겠다"
삼성전자는 100만대 중 24대꼴로 불량이라고 밝혔다. 비율로 따지면 0.0024%인 셈이다. 이번 리콜은 지난달 24일 온라인을 통해 발화 문제가 처음 제기된 이후 9일 만에 이뤄진 조치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리콜 발표가 주말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비교적 이른 시일 안에 의사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량 리콜을 실행하는 쪽으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한 적이 있다.

일부에서는 발화의 원인이 된 배터리만 교체하거나 부분 리콜을 하는 방안도 제기됐지만 앞으로 삼성 스마트폰 전략이나 미래 사업, 기업 이미지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할 때 전량 리콜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모두 공개할 순 없지만 품질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에게 최대한 신속하게 제품을 교환해줄 계획이다. 고 사장은 “제품이 준비되기 전이라도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이상 여부를 점검하고 갤럭시S7엣지 등을 임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별 교환 가능 시기는 각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는 특정 부품의 수급 상황을 고려해 곧바로 소비자에게 공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일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노트7을 발표했다. 당시 홍채인식 기능과 S펜(스타일러스펜), 방수·방진 기능 등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받았다. 지난달 19일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10개국에서 정식 출시된 갤럭시노트7은 2주 만에 100만대 이상 판매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예상치 못한 수요에 공급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갤럭시노트7이 충전 중 폭발했다는 소비자 제보가 나오면서 제품 결함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국내외 시장에서 비슷한 소비자 제보가 총 7건이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조사 개시 9일 만인 이날 오후 갤럭시노트7의 자연발화가 배터리 결함 때문이라는 사실을 공식 확인하고, 전량 리콜을 발표했다. 중국에서 지난 1일 출시한 제품은 문제가 없어 교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소비자 단체들도 “이례적이고 혁신적인 조치”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앞으로도 소비자 권익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보상 및 교환 정책이 관례화되기를 바란다”며 “국내 휴대폰 유통 과정과 계약관계가 복잡해 교환할 때 중간에 피해를 보거나 소외되는 소비자·대리점·유통점이 없도록 면밀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