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셋톱박스 구매는 소비자 부담?…UHD TV 수요도 적어

수도권 초고화질(UHD) 본방송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UHD TV 보급 지연, UHD 콘텐츠 부족 등의 문제로 방송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다.

방송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일정에 맞추기 위해 내년 2월부터 '수도권 본방송 시작'이라는 무리한 계획을 세운 것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29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내년 2월 수도권을 시작으로 지상파 UHD 본방송이 시작되고, 12월에는 광역시권과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강릉 일대로 확대된다.

전국적으로는 UHD 방송이 도입된 지 10년 후인 2027년에 HD(고화질) 방송시대를 마감할 예정이다.

하지만 코앞에 다가온 본방송 일정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UHD 방송을 위한 준비상황은 지지부진하다.

방송표준방식도 '유럽식'(DVB-T2)과 '북미식'(ATSC 3.0) 중 북미식으로 지난달에야 낙점됐다.

지금껏 국내에서 시판된 UHD TV는 모두 유럽식 기반이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지상파 UHD를 직접 수신하기 위해서는 TV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유료방송 가입 가구의 경우에도 UHD 셋톱박스를 따로 구매해야 UHD 콘텐츠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추가 비용을 소비자가 온전히 부담할지, 정부 또는 삼성·LG 등 TV 제조사가 보조할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해진 바 없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상파 UHD 정책 추진 현황 및 주요 쟁점' 보고서에서 "방송표준이 제정되기 전에 유럽식 UHD TV가 출시되면서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UHD 콘텐츠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UHD TV에 대한 수요도 아직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발표된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의 'UHD 방송 상용화에 따른 효율적 시스템에 대한 방안 분석 연구'에 따르면 총 483명의 응답자 중 89%가 'UHD TV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가격이 비싸서'(47.8%), '볼만한 콘텐츠가 없어서'(32.5%), 'TV 바꿀 생각이 없어서'(19.7%) 등이 꼽혀 UHD TV 구매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지상파에서 UHD 콘텐츠를 만들어 송출해도 방송을 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제작비·송출비가 많이 드는 UHD 방송에 투자했는데 보는 사람이 별로 없다면 결국 수신료 등을 내는 시청자에게 피해가 간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wi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