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임팩트 챌린지 최종 우승 4개팀과 각 2억5000만원의 깜짝 지원금을 받게된 6개팀이 함께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구글코리아 제공
구글 임팩트 챌린지 최종 우승 4개팀과 각 2억5000만원의 깜짝 지원금을 받게된 6개팀이 함께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구글코리아 제공
"세상을 바꾸는 게 소프트웨어라고 하죠. 그러나 일반인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스스로 실현하기엔 기술적 장벽이 너무 높습니다. 비전공자, 정보기술(IT)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코딩 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

4년동안 매일 퇴근 후 새벽 3시까지 대학생들에게 코딩을 가르친 한 남자가 있다. 구글 임팩트 챌린지에서 우승한 '멋쟁이 사자처럼'의 공동창업자 이두희씨다.

23일 구글 임팩트 챌린지 결승 행사에 참석한 그는 "회사엔 이미 사표를 냈다. 4년간 밤낮없이 일한 것에 대한 결실을 맺은 것 같아 기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멋쟁이 사자처럼'은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IT 서비스로 현실화할 수 있게 돕는 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비영리단체다. 2013년 30명의 학생들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엔 현재 전국 1182명의 학생들이 참여 중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지도와 소방차를 위한 디스패치 맵 등 300여개 이상의 앱(응용프로그램)이 개발됐다.

이씨는 "현재 대학생 중심의 교육 활동을 초등학생까지 확대 진행할 것"이라며 "한국 소프트웨어 교육에 큰 축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글의 비영리단체 지원 프로그램인 구글 임팩트 챌린지는 구글 자선 활동을 담당하는 구글닷오알지(Google.org) 주도로 2014년부터 시작됐다. '더 나은 세상, 더 빠르게'라는 비전으로 매년 3~5개 국가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글닷오알지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을 활용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내 비영리단체에 총 35억원을 지원했다. 국내 비영리단체 지원 프로그램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날 최종 우승팀엔 멋쟁이 사자처럼을 포함해 '미래교실네트워크' '생태지평 연구소' '커뮤니티 매핑센터' 등 4개 팀이 선정됐다. 구글닷오알지는 이들 팀에 각 5억원의 지원금과 멘토링을 지원한다.

갯벌 보존을 위한 모니터링 앱을 제안한 장지영 생태지평연구소 협동처장은 "지금도 나무 한그루 없는 갯벌에서 땀흘리며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모니터링 앱을 이용하면 고가의 장비 없이도 시민 누구나 조사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심사는 재클린 풀러 구글닷오알지 총괄과 존리 구글코리아 사장, 이경숙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정운찬 동반성장 연구소 이사장,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등 심사·자문위원 12명이 맡았다. 구글코리아가 지난 21일까지 진행한 온·오프라인 시민투표 결과도 최종 심사에 반영됐다.

이날 행사 마지막엔 구글닷오알지가 우승하지 못한 6개 팀 모두에게 각 2억5000만원의 지원금을 전달키로 하면서 현장은 축제 분위기에 빠져들기도 했다. 우승팀 4개 팀에게만 지원금이 돌아가는 원칙을 뒤엎은 깜짝 결정이었다.

재클린 풀러 총괄은 "10개 팀 중 4개 팀을 가려내기가 힘들었다. 결승에 오른 팀 모두 역량이 우수하다고 판단해 우승을 못한 팀도 최소한 프로젝트를 출범시킬 수 있도록 돕자고 심사위원과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올해 참여 국가로 한국을 선정한 것에 대해선 국내 비영리 단체들의 질적·양적 성장, 사회 변화에 대한 시민의 높은 관심과 참여, 파트너사의 역량 등을 꼽았다.

그는 "최근 한국의 비영리단체가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구글 임팩트 챌린지를 시행하기에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이번에 뽑힌 10개 팀의 프로젝트 결과에 따라 향후 한국 행사를 또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