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VC사업본부 출범 이전인 10여년전부터 폭스바겐에 AV(오디오·비디오)제품 공급을 시작하면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LG전자 VC사업부의 최대 고객 중 하나이기도 하다.
LG전자는 VC사업본부 출범 이전인 10여년전부터 폭스바겐에 AV(오디오·비디오)제품 공급을 시작하면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LG전자 VC사업부의 최대 고객 중 하나이기도 하다.
[ 이진욱 기자 ] 폭스바겐이 디젤게이트 후폭풍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으면서 협력관계인 LG전자 등 국내 전장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폭스바겐은 최근 환경부로부터 32개 차종 8만3000대의 인증취소와 판매정지 처분을 받았다.사실상 퇴출 수순이다. 자국인 독일에서는 최대 40억 유로(약 4조9149억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투자자 소송이 진행중이며, 미국에서도 3개 주가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현재 LG전자를 비롯해 LG화학, 삼성SDI 등이 폭스바겐에 전장(전자장비), 배터리 등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고 있어 사태가 악화될수록 공급사로서 득이될 게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들 업체들은 향후 폭스바겐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특히 LG전자는 폭스바겐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르다. LG전자는 VC사업본부 출범 이전인 10여년전부터 폭스바겐에 AV(오디오·비디오)제품 공급을 시작하면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LG전자 VC사업부의 최대 고객 중 하나이기도 하다.

최근 양사는 ‘크로스오버 플랫폼' 개발을 위한 업무제류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커넥티드카'를 공동 개발하기 위해 수년간 협력하는 것.

이런 관계를 볼때 폭스바겐의 추락이 LG전자로선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자동차 전장사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삼으면서, 한창 고객사 확대에 주력하는 LG전자의 적극적 행보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자동차 전장사업에서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어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 사활을 거는 상태.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의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을 거듭해 판매 감소가 현실화될 경우, 관련 전자부품 업체들의 수주는 자연스레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브랜드에 대한 전체적인 수요가 감소하면 관련 부품 물량이 줄어드는 당연하지 않나"라며 "아직까지 디젤게이트로 인한 직접 감소는 체감되지 않고 있지만 상황이 바뀌는 건 한순간이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폭스바겐 그룹은 디젤게이트 사태로 손상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전기차 등 친환경차 양산에 주력하고 있다.

2018년에는 골프(Golf) 전기차 모델을 생산할 예정이며, 2020년까지 20여가지의 전기차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전기차에 적용할 차량 플랫폼을 공개하고, 새로운 예산안을 담은 중장기 전략까지 발표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소비자 신뢰가 크게 무너진 이상 브랜드 이미지 회복에는 상당히 오랜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젤차에서 실추된 이미지는 일정부분 전기차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폭스바겐의 브랜드 이미지 회복은 장기적으로 지켜봐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측은 "고객사에 대한 어떤 부분도 언급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