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산업 암흑기] "모바일게임, 중국에 3년 뒤지고…VR게임은 걸음마도 못 떼"
“모바일게임에선 한국이 중국에 3년쯤 뒤처져 있어요.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사진)는 “지난달 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를 방문했다가 중국 게임의 거대한 힘을 실감하고 가슴이 답답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아직 제대로 된 가상현실(VR) 게임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하지만 차이나조이에 출품된 중국 업체들의 VR 게임만 수십 개에 달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남궁 대표는 국내 게임업계의 대표적인 1세대 경영인 중 한 사람이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함께 1998년 한게임을 공동 창업했으며, CJ인터넷과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지냈다.

그는 모바일 분야에서 한국 게임업체들이 뒤처진 데 대해 “모바일 시대가 오면서 한국 게임이 갖고 있던 장점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거 한국 온라인게임이 세계 시장을 주름잡을 수 있었던 것은 초고속인터넷 등 최적의 네트워크 환경에서 우수한 게임을 만들고 이를 이용자들이 싼값에 즐길 수 있는 PC방 모델과 함께 세계에 전파한 게 주효했다. 공짜로 게임을 할 수 있게 해주면서 아이템을 판매하는 부분 유료화 방식을 처음 개발, 일찌감치 수익성을 확보한 것도 게임산업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한국 게임업체의 이런 장점은 오히려 약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남궁 대표는 “한국 개발자들은 지금도 고사양 PC를 기반으로 한 게임을 개발하는데 이렇게 만든 게임이 저사양의 스마트폰에서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며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면서 게임 대중화가 급속하게 이뤄졌는데 주로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게임을 만들었던 한국 업체들이 사용자의 눈높이를 제대로 맞추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남궁 대표가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한 이유는 ‘포켓몬고’ 때문이다. 그는 “포켓몬고는 일본 콘텐츠의 잠재된 힘이 얼마나 강한지 확인시켜줬다”며 “일본의 게임 강자들이 맘먹고 스마트폰용 게임시장에 뛰어들 경우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무작정 비관만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남궁 대표는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해 낮은 사양의 PC에서 게임을 만들고 PC와 스마트폰을 넘나드는 등 플랫폼의 장벽을 허무는 게임을 개발해낼 수 있다면 아직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