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실적·선택약정 부담 있지만 서비스 무료 개방 확대

SK텔레콤은 방송·통신 융합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여겼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이 정부의 불허로 무산됐지만, 차세대 플랫폼 회사로의 전환은 차질 없이 추진하기로 했다.

SK텔레콤 황근주 전략기획부문장은 28일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M&A 무산에도 차세대 플랫폼 회사로의 변신이라는 큰 전략 방향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생활가치·미디어·IoT(사물인터넷)·교통 등 제반 플랫폼 회사로의 전환 전략을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미디어 플랫폼 관련해 당분간 SK브로드밴드의 콘텐츠 경쟁력 향상에 힘쓰겠다"며 "이외 여러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조만간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이날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올해 2분기 영업이익 4천74억원을 기록, 작년 동기보다 1.3%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4조2천673억원으로 0.3%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2천91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6.9% 급감했다.

별도 기준 2분기 마케팅비는 7천21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 덜 썼지만 지난 1분기보다는 0.6% 늘었다.

자회사 SK하이닉스 지분법 이익은 5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천676억원 감소하며 순이익을 끌어내렸다.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은 3만6천205원으로 전 분기보다 0.6% 줄면서 3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평균 요금이 9천500원대로 낮은 세컨드 디바이스(키즈폰, 스마트 워치 등 보조 기기) 확산과 할인율(20%)이 높은 선택약정할인 가입자 증가에 발목이 잡혔다.

SK텔레콤의 세컨드 디바이스 이용자는 2분기 89만 명을 돌파했고, 선택약정할인 누적 가입자 비중은 14%에 달한다.

황 부문장은 "선택약정할인과 관련해 고민이 많다"며 "작년 도입 초기 선택약정 가입률은 신규 기기변경 고객의 10% 수준에 불과했는데 1년이 흐른 지금 35% 수준까지 상승했다"고 전했다.

하반기에도 주력 단말기 출시가 예정돼 있어 지원금보다 할인폭이 큰 선택약정 가입자 비중은 많이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황 부문장은 "고가 단말기는 선택약정 할인 규모가 올라가지만, 고가 요금제 가입과 연결되기 때문에 단순히 손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라며 "선택약정 규모는 지금보다 낮은 수준에서 관리하고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반기 갤럭시 노트7 등 주력 단말기 출시에 따라 일시적으로 시장이 출렁일 수 있지만, 전체적인 시장은 안정적일 전망이며 마케팅 비용도 현 수준에서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며 "ARPU보다는 매출 총액 상승과 수익성 향상을 주요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회사 SK플래닛의 투자 확대는 SK텔레콤의 수익성에 부담되고 있다.

SK플래닛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11번가'에 투자와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

황 부문장은 "SK플래닛은 지난 6월 말 기준 4천억 원 수준의 현금 유동성 확보하고 있어 '11번가'의 영업 기조를 유지하는 데 문제없다"며 "SK텔레콤의 추가 자금 지원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SK플래닛의 중국 투자 유치와 관련해서는 "투자 유치 논의는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며 구체적인 시기, 규모, 조건이 확정되는 대로 시장에 알릴 것"이라고 전했다.

SK텔레콤은 차세대 플랫폼 사업을 가속하며 'T전화'와 'T맵'을 타사 이통사 가입자에게 무료로 개방한 데 이어 자사 고객에게 제공하던 클라우드 서비스 'T클라우드'를 연말에 종료하고, 타사 고객도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베리'를 다음 달 출시할 계획이다.

황 부문장은 "기본적으로 플랫폼 서비스의 완전한 개방을 추구한다"며 "이용자 모집이라는 단기적 목표에 머물지 않고 고객의 생활 전반에 가치를 부여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okk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