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한 공원에서 일반 시민들이 포켓몬고를 즐기는 모습. 도쿄EPA연합뉴스
일본 도쿄의 한 공원에서 일반 시민들이 포켓몬고를 즐기는 모습. 도쿄EPA연합뉴스
해외에서 닌텐도의 증강현실(AR) 모바일게임 ‘포켓몬고’를 즐기다 폭행 사건과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반면 일부 보건전문가는 게임이 건강에 매우 유익한 영향을 준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한국에서 출시된다면 부작용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일본서 사고 속출

포켓몬고는 만화영화 ‘포켓몬스터’를 기반으로 만든 AR 게임이다. 앱을 실행시키면 스마트폰 카메라가 비추는 현실 세계에 포켓몬스터의 캐릭터들을 합성해 보여준다. 사용자는 게임 속 공(포켓몬 볼)을 던져 이 캐릭터들을 잡는데, 일정 등급 이상이 되면 다른 사용자의 캐릭터와 전투도 할 수 있다.

문제는 시야가 좁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게임에 몰두하다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미 인터넷 커뮤니티인 레딧에는 “포켓몬고를 하다가 도랑 아래로 미끄러져 전치 6~8주 중상을 입었다”는 경험담이 올라오기도 했다. 미국과 호주 등지에서는 게임을 하다가 남의 집이나 병원 제한구역에 무단으로 들어가 문제가 된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22일 포켓몬고 서비스가 시작된 일본에서도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25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24일 오전 8시30분께 삿포로시에서 자전거를 타고 포켓몬고 게임을 하던 초등학생이 마주 오전 자전거에 부딪혀 넘어지면서 무릎에 찰과상을 입었다.

같은 날 밤 8시께 기후현 미노시에서는 브라질 국적의 24세 남자가 고속도로를 걸어다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적발됐다. 이 남자는 고속도로 인근에서 가족 및 지인들과 바비큐 파티를 하다가 포켓몬고 게임에 몰두해 고속도로까지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스니아의 한 지뢰밭 인근에서 한 남성이 포켓몬고를 즐기는 모습. 보스니아AP연합뉴스
보스니아의 한 지뢰밭 인근에서 한 남성이 포켓몬고를 즐기는 모습. 보스니아AP연합뉴스
포켓몬 잡으러 하루 10㎞ 걷는 게이머

반면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건강의학 전문가들은 “대부분 게임이 앉아서 몰두하도록 만들어졌지만 포켓몬고는 게이머들을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게 한다”며 “게임이 신체는 물론 정신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호평을 내놓고 있다.

유명 온라인 의학 전문매체 ‘웹MD’의 편집장 마이클 스미스 박사는 평소 운동부족이던 게이머들을 움직이게 해주는 것이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전자게임은 사람을 PC방이나 집 의자에 고정해 놓는다. 설령 야외에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더라도 신체적 활동이나 사회활동 기회가 늘어나는 건 아니다. 그러나 포켓몬고에서 원하는 몬스터를 찾아 잡으려면 실제 거리와 들판 등 이곳저곳을 걷고 달려야 한다. 건강을 위해 매일 또는 매주 몇㎞에서 길게는 10여㎞를 걷기는 여간해서 쉽지 않다.

실제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포켓몬을 잡기 위해 돌아다니다 보니 운동을 충분히 하게 됐다” “오늘 포켓몬을 잡다가 13㎞나 걸었다”는 식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포켓몬고 개발사인 나이앤틱랩스의 존 행키 최고경영자(CEO)는 24일 “포켓몬고를 핑계로 사람들이 밖에 나가 활동하고, 도시를 보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재미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신건강에 좋아” vs “만병통치약 아냐”

포켓몬고가 정신건강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평가도 나왔다. 미국 최대 정신건강 관련 온라인 네트워크 ‘사이키 센트럴’의 창립자이자 운영자인 존 그로홀 박사는 “포켓몬고가 정신건강에도 매우 좋은 영향을 주는 혁명적인 게임”이라고 극찬했다. 그로홀 박사에 따르면 야외활동이나 운동이 정신장애 개선에 매우 좋지만, 우울증 등 기분장애를 앓는 사람들은 이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또 사회불안장애가 있는 사람은 집 바깥으로 나가고, 자신에게 말을 걸 수도 있는 모르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을 겁낸다. 그러나 이 게임은 “강요 없이 자연스럽고 자발적으로 포켓몬을 잡으러 밖으로 나가게 하고 이웃을 마주치게 하며, 걷고 운동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호주 뉴캐슬의 한 장애아동학교 교감은 “학생들이 포켓몬고를 내려받도록 하고 함께 게임을 했더니 다른 사람과 대화는커녕 전화통화도 힘들어하던 학생들이 어느새 이야기를 하고 게임 방법도 공유했다”며 “여러모로 잠재력이 큰 게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게임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만성우울장애 등 심각한 정신질환은 전문적인 심리 및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직 포켓몬고가 항우울제 만큼의 안정효과가 있는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우울증 환자가 야외로 나가 햇볕을 쬐고 사람들과 대화할 동기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