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커뮤니티서 동영상 콘텐츠 허브로 중심 이동
"미래성장동력 단단히 확보한 것" 평가


2000년대 초중반 네이버가 뉴스를 본격 유통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형성하자 학계에서는 포털사이트 운영사를 언론사로 볼 수 있는지 논쟁이 오갔다.

이후 국내 최고의 뉴스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네이버는 뉴스 편집 공정성 시비에 수차례 휘말린 끝에 뉴스 공급 방식을 바꾸고,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애써 논란을 피했다.

그런 네이버가 최근에는 뉴스뿐만 아니라 동영상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유통하고 있다.

검색·커뮤니티에서 콘텐츠 허브로 사업 중심을 이동하면서 마치 방송사와 같은 위용을 갖추고 있다.

네트워크 속도가 빨라지고 데이터 가격이 싸지면서 대중의 미디어 소비가 텍스트에서 동영상으로 옮겨갈 것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차세대 미디어 시장 헤게모니와 무관치 않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동영상 플랫폼으로 TV캐스트와 V 라이브 애플리케이션(V앱)을 운영 중이다.

TV캐스트에서는 기성 방송사 콘텐츠를, V앱에서는 스타 개인방송을 주로 튼다.

TV캐스트는 지상파 3사, 종편, CJ E&M 등이 방송한 내용을 짧게 분절해 인기도 순으로 제공한다.

길어도 5분을 넘는 경우가 드물어 '스낵컬처'(Snack culture) 트렌드에 부합한다.

TV캐스트는 기획사들이 제작한 웹드라마도 제공한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115편의 드라마를 선보였다.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는 2천만건 이상 재생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뮤직비디오나 스포츠 경기영상, 여행 동영상 등을 360도 가상현실(VR) 버전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네이버는 동영상 앞부분에 광고를 붙이고, N스토어에서 주문형 비디오(VOD)를 판매하면서 수익을 남긴다.

광고 수익은 방송사가 90%, 네이버가 10%를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V앱은 작년 9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스타 개인방송 플랫폼이다.

인기 아이돌이 직접 채널을 개설하고, 팬들과 실시간 소통하는 창구로 활용한다.

콘서트 생중계도 한다.

V앱의 초반 인기는 대단하다.

앱 누적 다운로드 2천만건, 월간 사용자(MAU) 1천600만명을 돌파했다.

한류를 노리고 9개 언어로 자막을 제공해 해외 시청자 비중이 70%나 된다.

네이버는 최근 V앱을 부분 유료화하는 데 성공했다.

엑소와 방탄소년단의 개인방송 채널을 프리미엄 콘텐츠로 판매했다.

데뷔 3주년 파티 현장을 유료 생중계하는 식이었다.

V앱 수익은 앱스토어 몫을 제외하고 창작자가 70%, 네이버가 30%를 가져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네이버 TV캐스트와 V앱의 무서운 성장은 업계 1위인 유튜브를 위협할 정도다.

한때 80%에 육박했던 유튜브의 독보적인 점유율은 눈에 띄게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DMC미디어가 지난 3월 전국 성인 인터넷 이용자 800명을 조사한 결과 모바일 동영상 이용률은 유튜브가 38.0%, 네이버 TV캐스트가 17.2%, 페이스북이 15.8% 순으로 집계됐다.

현재는 방송사나 스타가 자기 콘텐츠를 널리 퍼뜨리고, 네이버가 유통 수수료를 챙기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상황이지만, 네이버 영향력이 커질수록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커진다.

과거 뉴스를 제작하는 언론사가 일정 부분 네이버 플랫폼에 예속된 것처럼 동영상 창작자도 비슷한 덫에 걸릴 수 있는 것이다.

네이버가 자체 동영상을 제작·유통할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네이버 사업 영역은 온라인-오프라인 연계(O2O) 방식의 전자상거래, 간편결제 서비스, 대규모 디스플레이·모바일 광고 등을 아우르고 있어 시장 영향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영상 시장 헤게모니가 네이버로 넘어가는 양상"이라며 "앞으로는 동영상이 핵심 콘텐츠가 될 것이기 때문에 미래성장동력을 단단히 확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