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포켓몬족
엊그제 밤 미국 샌프란시스코 돌로레스 공원에 1만명 이상의 젊은이가 모여들었다. 저마다 손에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포켓몬고 마니아들이다. 포켓몬들을 모두 잡아보자는 게 이들의 구호 아닌 구호다. 이들은 오후 6시 이 공원에서 시작해 한 시간을 걸었다. 업체들은 이 같은 마케팅의 호기를 놓칠세라 충전기 무료서비스는 물론 음식과 쉴 공간도 마련해줬다고 한다. 이른바 포켓몬족들의 축제이자 일종의 세 과시였다. 샌프란시스코는 폰켓몬고의 소프트웨어를 만든 나이앤틱이 있는 곳이다. 이곳을 성지로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포켓몬고가 출시된 지 보름 만이다. 이미 세계 수천만 게이머들이 포켓몬을 잡으러 나섰다. 10대들을 찾기 힘든 것도 특이하다. 주로 20대와 30대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포켓몬을 보면서 큰 세대다. 이들은 공원이나 야산, 미술관, 해수욕장 할 것 없이 포켓몬을 찾으러 다닌다. 미국에선 오하이오주 원자력발전소 부지 안으로 들어가는 소동도 벌어졌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속초는 한국 포켓몬고의 성지처럼 돼버렸다. 속초해수욕장과 엑스포공원에서 포켓몬을 80마리까지 잡았다는 포켓몬족들의 얘기도 들린다. 미국에선 사표를 내던지고 포켓몬을 쫓는 회사원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GPS에 애니메이션을 덧씌운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이 포켓몬고다. 현실적 감각과 게임의 쾌감을 동시에 느낀다. 포켓몬이 게임기 근처에 나타날 때 스마트폰의 짜릿한 진동은 낚시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한다. 몬스터 볼을 던져 포켓몬을 획득할 때의 기분 또한 여느 게임과 다르다. 포켓몬족이 늘고 있는 이유다. 물론 포켓몬이 그냥 잡히는 게 아니다. 일정한 거리를 걸어야 한다. 평균 10㎞를 걷는 것은 기본이다. 이렇게 많이 걷기 때문에 우울증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4400만명의 우울증 환자가 있는 미국에선 포켓몬 심리 치료 방식도 대두되고 있다. 하루에 30분씩 포켓몬고를 하면 마음과 신체 건강에 모두 좋다는 연구도 있다.

그렇지만 포켓몬 사고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게임에 몰입하면 인식능력이 떨어져 위험을 미처 인식하지 못한다. 스코틀랜드의 산악협회와 뉴욕 지하철은 포켓몬고 주의 표지를 내걸었다. 일본 정부도 어제 포켓몬 안전 지침을 내놓았다. 포켓몬고는 산업으로 커질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게임의 혁신이고 확장이다. 포켓몬족의 증가 역시 시대상의 일부를 반영할 뿐이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