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시그니처 키친스위트에는 현대비앤지스틸의 'STS 304 BB' 강종이 사용됐다. 이 제품은 BB 표면에 바이브레이션 내지문 코팅을 이용해 굴곡 없이 미려한 표면이 돋보이는 냉장고 도어로, 제품에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한층 더해준다. / 제공 LG전자
LG전자 시그니처 키친스위트에는 현대비앤지스틸의 'STS 304 BB' 강종이 사용됐다. 이 제품은 BB 표면에 바이브레이션 내지문 코팅을 이용해 굴곡 없이 미려한 표면이 돋보이는 냉장고 도어로, 제품에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한층 더해준다. / 제공 LG전자
[ 이진욱 기자 ] 최근 가전제품에 고급화 바람이 불면서 프리미엄 제품 뿐 아니라 일반 가전에도 고급 철강재 적용이 트렌드화되고 있다.

21일 철강·가전업계에 따르면 최근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 제품 외관용 철강재로 고급 라미네이트강판(VCM) 채택이 늘어나는 추세다.

VCM강판은 기존에 주로 쓰이던 프린트강판에선 볼 수 없었던 컬러 표현이 가능하고, 다양한 무늬 패턴과 질감 표현까지 가능하다. VCM강판에는 필름이 부착돼있어 외관이 미려하고 고급스럽다. 프린트강판이 내구연한이 더 길고 가격도 싸지만 VCM강판에 밀리는 이유다.

LG전자는 같은 계열사인 LG하우시스가 필름을 직접 생산하고 있어 주로 VCM강판을 가전에 적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프린트강판도 일부 사용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VCM강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대유위니아는 소형 냉장고에까지 VCM강판을 적용하면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형 철강사들은 물론 가전용 물량을 공급하는 중소 제조업체들도 VCM강판 설비를 늘리고 있다. 과거에는 동국제강과 디케이동신, 디씨엠 등이 주로 생산했지만 이제는 포스코강판, 세아제강, 아주스틸 등 여러 업체들이 생산하고 있다.
대유위니아는 소형 냉장고에까지 고급강인 VCM강판을 적용하면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대유위니아 2016년형 프라우드S 냉장고 93L 실버. / 제공 대유위니아
대유위니아는 소형 냉장고에까지 고급강인 VCM강판을 적용하면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대유위니아 2016년형 프라우드S 냉장고 93L 실버. / 제공 대유위니아
◆스테인리스, 고급가전 상징으로 떠올라

프리미엄 가전에서는 단연 스테인리스(STS) 소재가 각광받고 있다.

LG전자가 지난 10일 한국과 미국에 동시 출시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SIGNATURE KITCHEN SUITE)’에는 국내 철강 제조사들의 스테인리스 제품이 대거 적용됐다.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는 냉장고, 전기오븐,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으로 구성된 시그니처 빌트인 주방가전 패키지다.

이 중 냉장고 도어에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비앤지스틸의 'STS 304 BB' 강종이 사용됐다. 이 제품은 BB 표면에 바이브레이션 내지문 코팅을 이용해 굴곡 없이 미려한 표면이 돋보이는 냉장고 도어로, 제품에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한층 더해준다. 두께는 0.75㎜로 기존보다 업그레이드된 정교한 공법을 통해 새롭게 선보이는 프리미엄 헤어라인 패턴은 빛의 반사를 최적화해 부드럽고 안정적인 시각적 효과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스테인리스를 업그레이드 시킨 '블랙스테인리스' 도 인기다. ‘블랙 스테인리스’는 기존 스테인리스 소재의 외관에 블랙 컬러의 안료를 입히고 섬세한 헤어라인 패턴을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일반 가전 제품에 적용되는 안료 입자 크기의 21분의 1 수준인 나노 안료를 업계 최초로 사용하기도 했다.

또 기존보다 정교해진 공법을 통해 새롭게 선보이는 프리미엄 헤어라인 패턴은 빛의 반사를 최적화해 부드럽고 안정적인 시각적 효과를 제공하며, 지문이 묻지 않는다. 블랙 스테인리스는 도장·도금을 통해 STS 겉면에 검은 색깔을 입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자아내는 방식도 있는가 하면, 산화피막공정을 적용해 STS 소재와 일체화시킨 방식도 있다.

특히 전기 및 약품의 산화력으로 산화 피막을 자극해 색을 입히는 발색법은 스테인리스 소재와 일체화됐기 때문에 색이 벗겨질 우려가 없고 내구성, 내후성 등이 뛰어나다.
블랙스테인리스는 스테인리스 소재에 블랙 컬러의 안료를 입히고 섬세한 헤어라인 패턴을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일반 가전 제품에 적용되는 안료 입자 크기의 21분의 1 수준인 나노 안료를 업계 최초로 사용했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블랙스테인리스 라인업./ 제공 삼성전자
블랙스테인리스는 스테인리스 소재에 블랙 컬러의 안료를 입히고 섬세한 헤어라인 패턴을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일반 가전 제품에 적용되는 안료 입자 크기의 21분의 1 수준인 나노 안료를 업계 최초로 사용했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블랙스테인리스 라인업./ 제공 삼성전자
일본 아벨사의 아벨 블랙(Abel Black)은 독자적 전기화학 정밀제어기술을 이용해 스테인리스 표면에 산화피막 공정을 적용한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도장. 도금을 통해 두꺼운 피막을 형성시키면 금속 고유의 소재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아벨사는 스테인리스 표면의 블랙 생상을 표현하기 위한 기존의 도금·도장 방식과 달리 독자적인 전기화학 정밀제어 기술을 개발했다.

국내에선 대경하이켐이 아벨사 제품을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스테인리스 재질은 대부분이 STS 304계열 제품으로 두께는 0.1㎜~.0.4㎜까지 제작이 가능하다. 가격은 일반 STS 소재에 비해 비싸지만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제품의 특이성 때문에 빛반사가방지가 필요한 제품 등에 많이 사용된다.

일본의 경우 최근 블랙스테인리스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며 OLED TV 베젤, 스마트폰 LED 부품 등에 채택되고 있다. 이에 아벨사는 최근 블랙 스테인리스 생산설비를 3배 정도 늘렸다.

◆냉장고 내부에도 스테인리스 적용...기능 강화도 OK

스테인리스는 외부 뿐 아니라 내부에도 적용이 늘고 있다. 외관 디자인에 국한돼 사용되던 스테인리스가 제품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도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스테인리스를 냉장고 선반, 내부 커버 등에 적용해 ‘메탈쿨링 시스템’을 구현했다. 열전도율이 높아 냉각 속도가 빠른 메탈 소재의 특성을 활용해 온도 변화 폭을 최대한 줄이고 디자인 차별화 효과도 노렸다.

마감 처리도 다르게 했다. 단순히 매끈하면서도 반짝거리는 스테인리스 질감 대신 나무 질감, 곡선 무늬 등을 적용한 외관을 완성했다. 새로운 마감 처리 방식은 오래 사용하면 지문이 묻어 관리가 필요했던 스테인리스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고급스러움도 놓치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스테인리스 등 철강재가 적용된 냉장고는 업소용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젠 고급스러움의 대명사가 됐다"며 "철강재 본연의 차갑고 깔끔한 이미지를 선호하는 소비자는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