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게임산업의 대표적 규제로 꼽혀온 ‘강제적 셧다운제’의 예외를 허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실효성 없이 게임산업만 죽인다’는 비판에 정부가 한걸음 후퇴한 모양새다. 하지만 대안으로 내놓은 ‘부모선택제’ 역시 별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포켓몬고' 열풍에 급했나…게임 '셧다운제' 푼다며 부모에게 '공' 넘긴 정부
○‘눈 가리고 아웅’식 대책

문화체육관광부는 18일 부모선택제를 도입해 강제적 셧다운제로 불리는 ‘인터넷 게임시간 이용제한 규제’를 완화한다고 밝혔다.

현행 강제적 셧다운제에서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금지하고 있다. 부모선택제에서는 부모가 본인 인증을 통해 게임회사에 예외 시간대를 요청할 경우 밤에도 자녀가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문체부는 여성가족부와 함께 20대 국회에서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여가부는 2014년 11월에도 같은 내용을 담은 청소년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게임업계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심야시간에 자녀의 게임 이용을 동의해줄 부모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류철균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장은 “자녀의 게임 시간을 법으로 통제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셧다운제 명분만 강화

정부가 이 같은 방안을 마련한 것은 그동안 셧다운제가 게임산업을 위축시키는 대표적인 규제라는 지적이 줄기차게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2011년 말 셧다운제가 도입된 이후 게임산업 성장률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1년 18.5%에 달하던 게임산업 성장률(전년 대비)은 2013년 -0.3%로 급락했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셧다운제 규제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셧다운제 시행 후 게임 내수시장 규모가 1조1600억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셧다운제는 국내 게임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실제 청소년의 게임 사용 시간을 억제하는 데는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셧다운제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되는 게임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이 셧다운제 규제를 받지 않는 해외 온라인게임으로 몰리면서 국내 게임산업은 해외 게임 위주로 완전히 재편됐다.

셧다운제가 게임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면서 게임 분야 혁신에서 뒤처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켓몬고와 같이 증강현실(AR)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모바일게임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한국 게임업계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문체부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수년 전부터 셧다운제 완화를 추진했으나 번번이 시민단체와 여가부의 게임 규제 논리에 가로막혀 왔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모선택제 도입으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셧다운제의 명분을 오히려 강화한 꼴이 됐다”며 “정부의 이번 조치는 산업 활성화에 효과가 없는 전시행정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유하늘/임원기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