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PC와 모바일, 한국과 해외(일본, 동남아시아 등)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국내 인터넷업계의 유일한 경영인이다. 치밀한 전략가로 불리지만 위기 때마다 직원들을 다잡는 리더십을 보였다.

2010년 이 의장은 전 직원을 모이게 했다. 직원들에게 연설을 자주 하지 않는 그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시 네이버는 모바일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위기를 겪고 있었다. 카카오톡이 돌풍을 일으키고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글로벌 서비스들이 한국에서 영역을 확장하는 동안 네이버는 모바일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의장은 “혁신이란 어느날 갑자기 엄청난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게 아니라 매일 하는 자신의 일을 정말 완벽하게 하면서 그 안에서 끊임없이 발전해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냉장고론’이 이때 나왔다. 냉장고를 채워 넣는 사소한 일을 해도 각자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제때 맞춰서 냉장고를 못 채워 넣는 사람도 있고, 앞 사람이 하던 대로 습관적으로 채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날의 날씨와 이용자들의 반응 등을 분석하고 고민하며 계속 냉장고 내용물을 바꿔 나가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2011년 모바일 메신저 네이버톡이 실패하자 검색개발을 총괄하던 핵심 인재인 신중호 라인플러스 대표(당시 검색센터장)를 메신저 개발에 전격 투입하면서 승부수를 띄웠다. 2012년 라인이 급성장하고 모바일에서도 성과를 내면서 직원들이 해이해진 듯한 모습을 보이자 다시 한 번 직원들 단속에 나섰다.

이 의장은 “삼성에서 일하다 편하게 살려고 네이버로 왔다는 직원 말에 억장이 무너졌다”며 “회사를 조기축구 동호회쯤으로 생각하고 다니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질타했다. 이 의장은 이후 일부 사내 복지를 축소하기도 했다. 그는 “정보기술(IT)산업은 변화가 심하고 우리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구글, 애플과 상대해야 한다”며 “적의 군대가 철갑선 300척이라면 우리는 목선 10척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