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중국 1위 휴대폰업체인 화웨이가 또다시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화웨이는 미국 3위 이동통신사인 T모바일에도 특허 소송을 내는 등 글로벌 회사를 상대로 잇따라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화웨이의 노이즈 마케팅, 삼성에 또 특허소송
전문가들은 화웨이가 소송으로 기술 사용을 막거나 거액의 배상금을 챙기려는 목적보다는 ‘크로스 라이선스(교차 특허 사용)’ 협상 등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허권으로 글로벌 기업을 견제하며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노이즈 마케팅’이란 지적도 나온다.

◆화웨이의 잇단 소송전

7일 중국 제일재경일보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6일 중국 광둥성 선전과 푸젠성 취안저우의 중급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화웨이는 소장에서 “삼성전자가 휴대폰 폴더 내 아이콘과 위젯 방식 등에 관한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8000만위안(약 140억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화웨이는 2010년 관련 특허를 중국 국가지식재산권국에 신청해 2011년 권리를 인정받았으며, 법률에 따라 보호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화웨이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한 제품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7 등 모두 16개 제품이다.

화웨이는 지난 5월에도 미국과 중국 법원에 LTE 표준과 관련한 특허를 침해당했다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이날 미국 이동통신사인 T모바일도 자사의 LTE 특허를 무단 도용했다며 텍사스주 동부지역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화웨이는 T모바일이 14건의 LTE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2014년 T모바일에 지식재산권 라이선싱 협상을 요구했으나 T모바일이 이를 거부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 조작에 경쟁사 비방도

지난 1일에는 화웨이가 홍보 사진을 조작했다는 논란도 일었다. 화웨이는 자사 스마트폰 P9을 홍보하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구글플러스에 한 배우가 야외에서 햇빛을 받으며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올렸다. 사진 설명은 “P9의 듀얼 라이카 카메라는 어두운 환경에서도 이 같은 즐거움을 만들어낸다”였다.

하지만 이 사진은 일본 캐논의 고가 카메라 EOS 5D 마크3(MarkIII)로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일자 화웨이는 “P9 광고 촬영 때 찍은 것”이라며 “설명을 더 명확하게 썼어야 했는데 오해하게 해 사과한다”고 했다.

화웨이는 경쟁사를 비방하는 보도자료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올초에는 파키스탄에서 “삼성이 불쌍하게도 갤럭시S7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모으는 데 실패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작성해 미디어와 블로거 등에 배포했다. 이어 화웨이 말레이시아법인은 지난 5월 “갤럭시S7엣지가 실망스럽다”며 “지나치게 가격이 비싸고 혁신이 부족하다”고 비방했다.

전문가들은 화웨이가 글로벌 회사들을 견제하면서 노이즈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윤선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화웨이의 잇단 소송전은 기술력이 뛰어난 삼성전자 등과 라이선스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