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리카라는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만든 카메라 앱(응용프로그램) ‘레트리카’는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이탈리아에서는 인구(6100만명)의 절반인 3000여만명이 내려받아 ‘이탈리아 국민 앱’으로 통한다. 브라질에서도 스마트폰 사용자(1억명) 중 40%인 4000만명가량이 이용하고 있는 등 세계적으로 이 앱의 다운로드 건수는 3억건을 돌파했다. 스타트업 NBT가 개발한 잠금화면 서비스인 ‘캐시슬라이드’는 국내에서도 1600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유명 앱이지만, 중국에서는 6배나 더 많은 1억건을 넘어섰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한국의 모바일 앱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스타트업이 개발한 이런 앱들은 해외 시장에서 억 단위 다운로드를 기록하거나 해당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인터넷 서비스 중 처음으로 전 세계 다운로드 10억건과 함께 해외 매출 1조원의 실적을 올린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뒤를 잇는 유망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해외서 대박 터뜨린 'K스타트업'
○신흥시장 장악하는 한국산 앱

국내 인터넷 기업들에 인도, 브라질, 중동은 생소한 시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모바일 서비스는 이런 생소한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인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선불식 스마트폰 잔액 조회 앱 ‘트루밸런스’가 대표적이다. 올초만 해도 다운로드 건수가 200만건이던 이 서비스는 최근 1000만건을 돌파하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2014년 출시돼 불과 2년여 만에 전 세계 다운로드 5000만건을 돌파한 동영상 채팅 앱 ‘아자르’의 개발사는 하이퍼커넥트라는 한국 벤처기업이다. 아자르는 특히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OGQ라는 스타트업이 개발한 앱 ‘배경화면HD’는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의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누적 다운로드 건수가 8000만건을 돌파했다. 교육 분야 스타트업인 스마트스터디가 내놓은 교육용 앱 ‘핑크퐁’ 시리즈의 전 세계 다운로드 건수는 1억건에 달한다.

사용자끼리 퀴즈를 내거나 동영상을 공유하면서 네트워크를 확장해가는 독특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봉봉’은 월 방문자 수가 2억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대부분 사용자가 해외에서 유입되는 이 서비스는 15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데 동남아에서 특히 많이 쓰이고 있다.

○발빠른 대응+현지화 주효

과거 PC 기반의 웹 시절에도 수많은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게임을 제외하고 해외에서 이처럼 탁월한 성과를 낸 인터넷 분야 서비스는 거의 없었다. 최근 모바일 서비스로 해외 시장을 두드리는 벤처기업들은 초기 단계 시장에 일찌감치 나가 적극적으로 현지화를 추구하고 있다.

구글플레이 등 앱스토어에 올려놓기만 하면 해외 어디에서든 제품을 출시하기 쉽다는 것이 모바일 시대 달라진 풍경이다. 서비스 개발이나 운영에 필요한 비용 부담도 낮아졌다. 유승운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는 “굳이 해외 시장에 대규모 지사를 설립하지 않고도 앱스토어를 통해 세계 곳곳에 서비스할 수 있어 해외시장 진출이 훨씬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의 발빠른 현지화 전략도 성공 요인이다. NBT는 2년 전 캐시슬라이드를 들고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화에 가장 공을 들였다. 중국 시장에 맞게 기획, 디자인을 했고 중국 현지 회사와 설립한 조인트벤처에서 중국인의 정서에 맞는 서비스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인도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트루밸런스와 슬라이드는 선불 결제 스마트폰이 대부분인 인도 시장의 특성과 휴대폰 사용료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현지인들에게 적합한 서비스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트루밸런스는 충전 잔액에 대한 실시간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슬라이드는 앱을 쓸 때마다 보상(리워드)을 하고 있다”며 “선불식 스마트폰의 잔액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수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