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OS 정책이 제대로 시장에 보급·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자체 스마트폰 개발은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안드로이드의 차기 버전 '누가'(Nougat)의 상징물.
구글의 OS 정책이 제대로 시장에 보급·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자체 스마트폰 개발은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안드로이드의 차기 버전 '누가'(Nougat)의 상징물.
[ 이진욱 기자 ] 구글이 자체 스마트폰 출시와 함께 하드웨어 제품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경쟁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최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구글 고위 관계자를 인용, 구글이 자체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연말에 출시하기 위해 이동통신 사업자와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구글폰' 하드웨어의 디자인과 설계에도 직접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통제권을 높이기 위한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드로이드는 최신 버전인 ‘마시멜로우’ 적용 기기 비중이 10% 수준에 머물고 있어 최신 기능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고 있다. 최신 안드로이드 버전 스마트폰 비율이 낮다는 것은 구글이 새로운 전략을 펼치기 힘들어진다는 의미다.

이와 달리 애플 아이폰은 77%가 최신 버전 OS(운영체제)인 ‘iOS9’를 사용중이다. 애플은 OS와 기기를 모두 만들기 때문에 기기 통제가 가능하고 OS도 한번에 업그레이드하기 쉽다. 구글의 OS 정책이 제대로 시장에 보급·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자체 스마트폰 개발은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그동안 안드로이드 외에도 인공지능(AI) 솔루션 ‘구글 어시스턴트’를 비롯, 다양한 앱 소프트웨어 역량을 쌓아온 점을 들어 하드웨어 시장까지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구글은 지난 4월 하드웨어 관련 부서를 모아 하드웨어 제품을 담당하는 부문을 신설했다. 이는 구글이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시계, 운동화, 스피커 등 각종 사물에 스마트 기능이 탑재되는 IoT 시대를 대비한 움직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OS와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시장을 확대한다는 것.

구글의 이같은 행보는 스마트폰 제조사들과의 관계 악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구글은 단말기 개발과 생산은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 등 제조사에 맡기고, OS와 애플리케이션만을 개발해왔다.
그간 구글은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 등 제조사에 단말기 개발 및 생산을 맡기고, OS와 애플리케이션만을 개발해왔다. 사진은 구글의 넥서스폰.
그간 구글은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 등 제조사에 단말기 개발 및 생산을 맡기고, OS와 애플리케이션만을 개발해왔다. 사진은 구글의 넥서스폰.
구글에서 직접 관리하는 넥서스 브랜드도 생산 자체는 LG전자나 화웨이 등에 위탁해왔다. 이랬던 구글이 자체적으로 단말기를 만들게 되면,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경쟁관계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최대 파트너인 삼성전자와의 동맹이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구글과 삼성전자는 애플 아이폰 중심의 스마트폰 시장을 안드로이드 중심으로 변화시킨 실과 바늘의 관계였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2009년 5%에 불과했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은 구글과 삼성의 협력 관계가 본격화된 2010년부터 급등, 지난해 4분기 80.7%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구글로부터 공급반은 OS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만들어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로 등극했다.

하지만 구글이 이번에 자체 브랜드 개발 계획을 밝히면서 협력관계에서 경쟁관계로 돌아설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룬다.

양사의 관계 악화는 이미 수차례 예견됐다. 지난 2014년 구글이 IoT기술 업체 '네스트(NEST)'를 인수하자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인수했고, 지난해 5월 삼성전자가 IoT 기반 기술 '아틱'을 내놓자 구글도 IoT 기반 기술 '브릴로'와 '위브'를 내놨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가 '구글 월렛' 대신 독자적 모바일 결제 시스템 '삼성페이'를 선보이려 하자 구글은 곧바로 '안드로이드 페이'를 내놔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또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대신 자체 운영체제(OS) '타이젠'을 이용한 스마트폰(삼성Z1·Z3)과 스마트워치 '기어S2'를 출시하자, 구글은 구글 웨어러블(착용형 기기)의 대표 제품으로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 '기어' 대신 LG전자의 'G워치'와 'LG 워치 어베인'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구글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전체 상품에서 직접 경쟁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의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대한 인수 및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자체개발 OS인 타이젠의 탑재 기기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스마트폰부터 웨어러블 기기, 가상현실(VR)까지로 타이젠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타이젠 OS는 지난해 3분기부터 블랙베리 OS를 제치고 세계 OS 시장 점유율 4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99%에 가까운 안드로이드와 iOS의 양분 체계를 깨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그러나 타이젠이 사용가능한 기기가 많아진다는 것은 긍정적은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협력하면서 시장을 확대시켜온 기업들이 시장의 성숙 단계에서는 경쟁 관계로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앞으로 삼성전자와 구글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가 모호한 융·복합 분야 전반에서 주도권 싸움을 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