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열린 제8회 국민안전기술포럼.
지난 22일 열린 제8회 국민안전기술포럼.
2008년 5월 중국 쓰촨성에서 규모 8의 지진이 일어나 6만9180명이 사망하고, 실종 1만7406명, 부상 37만4431명의 큰 인명 피해를 입었다. 그로부터 한 달 후인 2008년 6월 이번에는 일본 이와테현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일어났다. 하지만 일본에선 사망 10명, 실종 12명, 부상 231명이 발생하는 데 그쳤다. 과학자들은 이런 피해 차이가 단순히 지진 규모 차이에서 나온 결과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철호 한국지진공학회장(서울대 교수)은 지난 22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주최로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안전기술포럼에서 “지진에서 얻은 경험을 법규에 즉시 반영해 실효적 내진 설계를 적용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이를 나타낸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지진만 나면 큰 피해가 생기는 중국과 멕시코, 터키 등도 엄격한 내진 설계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진 위험이 높은 선진국은 지진 경험을 바탕으로 내진 설계 기준을 개정하다 보니 지진 위험이 낮은 나라보다 사상자 및 피해 규모가 적을 때가 많다. 이호준 삼성화재 수석연구원은 “지진 활동이 적은 나라도 내진 설계만큼은 블랙스완(잘 일어나지 않지만 한 번 일어나면 막대한 영향을 주는 현상)에 견딜 수 있는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진 위험에서 안전할까. 그렇다면 지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일까. 지난 100년간 대형 피해를 주는 규모 6.5 지진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기준을 지난 2000년간으로 확대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역사학자와 지진학자들이 당시 기록을 토대로 지진 규모를 추산한 결과 779년 3월 신라 경주에서 진도 8~9의 강진이 일어나 100명 넘게 숨졌다. 1681년 조선 숙종 7년에도 강원 양양 앞바다에서 진도 7~8로 추정되는 지진과 함께 해일까지 발생했다. 이희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내진 설계 기준을 정할 때 가장 큰 지진이 어떤 주기로 일어날지 알아내려면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서에 나타난 지진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조기 경보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내에선 내진 설계기준이 1988년 처음 적용됐다. 그것도 강제성이 없는 권고 조항에 머문다. 지진이 발생하면 약한 P파(종파)가 먼저 도달하고 강한 S파(횡파)가 늦게 따라온다. 전문가들은 이 S파가 도착하기 전 얼마나 일찍 경보를 내리느냐에 따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파가 도착하기 5초 전 경보를 내리면 학교나 직장에서 책상 아래로 몸을 피할 시간을, 10초면 화재 같은 2차 피해가 나지 않도록 가스와 주요 산업시설 가동을 중지할 시간을 벌 수 있다. 일본은 지진 발생 후 5초 내 정부 대응지침을 내리는 경보체계를 갖췄다. 현재 개발 중인 지진 조기경보시스템이 완결되면 한국도 10초 내 대응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