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욱 기자 ]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Brexit)를 선택하면서 국내 전자업계도 대응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TV, 스마트폰, 생활가전 등 유럽 시장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영국이 EU를 탈퇴함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영국에 진출한 국내 전자업체들은 한-EU FTA(자유무역협정) 적용에서 제외되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기존 한-EU FTA 협정관세율 0%를 적용받았던 품목들이 관세 혜택을 못 받을 경우 국내 전자업체들은 교역조건이 불리해질 수 밖에 없다. 또 영국과 EU에 대한 각각의 사업전략도 구상해야 한다.

유럽 내 전반적인 판매 감소도 우려되고 있다. 영국의 EU 탈퇴로 유럽 전체 경기가 악화되면서 현지 영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시각이 많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준비된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에 맞춰 제품별로 영업전략을 수정할 계획이다. 파운드화와 유로화의 변동 가능성에 따라 자금조달과 현지 통화 운용 전략도 전면 재검토한다.

브렉시트 우려를 대비해 LG전자는 지난해 유럽지역대표본부를 영국 런던에서 독일 뒤셀도르프로 이전했다. 브렉시트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을 세운 것이다. 부품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의 유럽 총괄 법인도 뒤셀도르프에 있다.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 역시 독일에 총괄조직을 두고 있다.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모두 독일 지역을 중심으로 판매 법인과 생산 법인을 설립했다. 이들 부품 계열사들은 주 공급처가 대부분 독일에 있어 지리적으로 유리한 독일을 선택한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영국 첼시에 구주총괄이 있다. TV, 스마트폰, 생활가전 등 세트 사업에 있어 영국이 독일 보다 여러모로 투자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브렉시트를 우려해 구주총괄을 독일, 네덜란드 등으로 옮길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실행되지 않았다. 이번에 브렉시트가 최종적으로 결정되면 이전을 재검토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업계 관계자는 "EU 시장 공략의 관문 역할을 하던 영국의 가치는 크게 떨어져 독일, 네덜란드 등으로 조직들의 대거 이전이 예상된다"며 "전자업체들은 브렉시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차질없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