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14만건 분석…서울 부촌 중심 해시태그 뚜렷

날씨 좋은 주말, 하릴없이 스마트폰을 쥐고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남들이 사는 모습을 엿봤다.

민낯으로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사진 한 장에도 여유가 넘친다.

그 밑에 해시태그(#)를 봤다.

'#우리집 #강남구 청담동 #일상 #먹스타그램'…. 이 단어들을 조합하면 뜻은 이렇다.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우리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상이 행복하다.

'
서울에 전세가가 폭등해 살 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데 역시 나 빼고 남들은 다 잘 사는가 싶어 괜스레 우울해진다.

인스타는 말 그대로 '그들이 사는 세상'(그 사세)이다.

13일 인공지능 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에 의뢰해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우리집'과 함께 언급된 동네에 대해 알아봤다.

2011년 1월 1일∼2016년 6월 9일 관련 글 총 13만9천125건을 분석한 결과 '우리집'·'우리 동네'·'스윗홈'(sweet home) 등 거주지를 나타내는 해시태그와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된 지역은 전국에서 서울(6천754회)이 가장 많았다.

이어 부산(4천240회), 대구(2천877회), 광주(2천756회) 등의 순이었다.

서울 내 지역으로 세분화하면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부촌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강남'(1천58회)의 언급량이 가장 많았고, 이어 '청담'(983회), '압구정'(882회), '역삼'(841회), '서초'(606회) 등 강남구·서초구 내 구체적인 동 이름도 상위권으로 집계됐다.

강남 외 지역으로는 최근 맛집으로 유명해진 '연남동'(582회)과 함께 '홍대'(540회), '이태원'(343회), '잠실'(289회) 등도 나타났다.

자신이 사는 동네 이름을 명시한 글에는 '일상'(3만2천31회) 또는 '데일리'(2만8천158회)라는 해시태그가 함께 붙었다.

음식 사진을 뜻하는 '먹스타그램'(1만4천795회)·'맛스타그램'(9천254회)도 함께 언급됐다.

멋진 인테리어 사진을 올려놓고 '집스타그램'(7천967회) 또는 '인테리어'(6천408회)라는 태그를 붙이기도 했다.

부촌에서 맛있는 음식과 멋진 인테리어를 즐기는 일상은 행복할 테다.

관련 감성어 역시 '힐링'(1천503회), '행복'(768회), '감사'(96회) 등 긍정적인 단어들이 주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인스타그램 속 '그 사세'가 판타지라고 지적한다.

물질을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것은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의 표출이라는 것이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물질은 유한하다는 속성을 사람들도 알고 있지만, 이를 충분히 누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팔로우 하면서 일시적인 만족감을 느끼고 대리만족을 한다"며 "하지만 이는 단면적으로 포착된 과장된 허상을 좇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속 화려한 삶은 주목받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 전공 교수는 "인스타그램은 텍스트(글)가 필요 없기 때문에 자기를 많이 드러낼 필요가 없이 멋진 것, 아름다운 것, 행복한 것만 보여주면 된다"며 "이를 통해 자신을 남과 차별화하고 정체성을 확인받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wi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