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휴대폰 지원금 상한제’를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통신사 간 과잉 경쟁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보조금 상한액 규제가 풀리면 시행 1년8개월째를 맞는 단통법도 유명무실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 휴대폰 보조금 상한제 폐지 검토…1년8개월 만에 수술대 오른 '단통법'
◆1년 앞서 상한제 폐지 검토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9일 “업계와 시장에서 여러 부작용 지적이 나온 단통법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지원금 상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개선 여부와 시기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 방통위는 단말기 출고가 이내에서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개선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통법은 누구는 많이 받고, 누구는 적게 받는 소비자 간 보조금 차별을 없앤다는 목적으로 2014년 10월 도입됐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는 시행 1년6개월을 맞은 지난 4월까지도 공개적으로 “단통법이 안착하고 있다. 지원금 상한제를 손볼 계획은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와 관련해 임기 후반기 규제 완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행 단통법에선 방통위가 휴대폰 지원금 상한액에 대한 기준 및 한도를 정해 고시한다. 방통위는 25만~35만원에서 상한선을 정해 공고하도록 하는 고시를 제정했다. 법 시행 첫해 30만원으로 정해진 상한액은 작년 4월 33만원으로 오른 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지원금 상한제는 단통법 고시 중 유일하게 3년 뒤(2017년 10월) 사라지는 일몰제로 지정됐다. 정부가 일몰제 시한을 1년여 앞두고 지원금 상한 폐지에 나선 것이다.

◆야당의 여론몰이가 부담

지원금 상한제 폐지는 법 개정 없이 고시 개정만으로 가능하다. 방통위 상임위원 5명(방통위원장, 부위원장 포함) 중 야당 추천 위원은 2명이다. 야당이 반대해도 정부가 개정 작업을 강행할 수 있는 구도다. 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반대하고 있어 정치 이슈가 될 수 있다는 게 부담 요인이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원금 상한제가 조기 폐지되면 통신기기시장은 다시 정글로 바뀔 것”이라며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사도 발 빠르게 손익 계산에 착수했다. 제조사와 일부 통신사는 “보조금 상한을 두는 것은 기업 마케팅비를 억지로 묶어두겠다는 반(反)시장주의적 발상”이라고 반발해왔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