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바이오클러스터 전쟁] "한국선 말로만 생태계 강조…바이오 벤처 10년 내다봐야"
“말로만 기업 생태계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실제 하나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엠톨(mTOR) 단백질을 활용한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인 내비톨 파머스티컬의 강성우 창업자(사진)는 “바이오 스타트업이 성공하려면 정교하고 체계적인 인프라가 관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MIT에서 박사후연구원 과정(포스트닥터)을 마친 강 박사는 2013년 엠톨 바이올로지 대가인 데이비드 사바티니 교수가 주도해 설립한 내비톨의 창업멤버로 참여했다. 초기자본은 바이오전문 벤처캐피털인 폴라리스, 아틀라스와 글로벌 제약회사 존슨앤드존슨에서 지원했다.

그는 내비톨 창업자지만 공식 직책은 창업과학자(founding scientist)다. 바이오 스타트업의 상용화를 돕는 연구를 총괄하는 직책이다. 내비톨 파머스티컬 최고경영자(CEO)는 벤처캐피털 아틀라스가 확보하고 있는 ‘초빙 기업가(EIR)’ 중 한 사람이 맡았다. 아틀라스는 바이오, 제약 분야에서 20~30년간 잔뼈가 굵은 인재풀을 갖추고 있다. 아틀라스 인재풀은 그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회사를 운영하고 신약 개발을 지원하는 후원자 역할을 한다.

내비톨은 출범 후 비영리법인으로 바이오 인큐베이터인 랩센트럴에서 1년을 보냈다. 여기서 고가의 각종 실험 기자재를 활용해 신약 개발 타당성을 분석하고 신약 디자인 초기 연구를 했다.

바이오 스타트업은 랩센트럴을 ‘졸업’한 뒤 추가 펀딩을 받는다. 내비톨은 2014년 2300만달러, 지난해 33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이 단계에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참여하는 신디케이션 투자가 이뤄진다.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인 아틀라스, 폴라리스, 플래그십, 서드록 등이 투자한 스타트업에는 대형 제약사들이 예외없이 참여한다. 그만큼 철저한 검증을 거친다는 뜻이다.

신약 대량 생산에 필요한 3억~5억달러 규모의 투자비는 제약사들이 대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의 지분을 취득하지 않고 판권을 확보한다는 목적으로 시설자금을 제공한다.

제약사 등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이 신약 시장에 진입하는 데 성공해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면 스타트업의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다.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스타트업과 달리 초기 투자 후 ‘엑시트’(exit)까지는 짧게는 2년, 길게는 7년도 걸릴 수 있다.

그는 “신약 개발의 플랫폼이 되는 바이오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최소 10년이 걸린다”며 “국가 미래가 걸린 장기 프로젝트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임브리지(매사추세츠)=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