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인 3명 모두에 일괄 대여"…"회사 보호·장기적 발전 위해"
진경준 단독 특혜설 부인…陳 '본인 재산·처가 돈' 해명과 달라

'주식 대박' 파문으로 징계 절차를 밟는 진경준 검사장(49·사법연수원 21기)이 2005년 당시 넥슨 자금으로 이 회사 비상장 주식을 샀던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이로써 지금껏 자신의 돈으로 장기 투자를 했다고 주장한 진 검사장은 공직자 윤리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또 국내 1위 게임업체인 넥슨도 비정상적인 자사 주식 거래로 논란을 자초해 회사 이미지에 적잖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넥 슨은 이날 진 검사장이 주식 매입 과정에서 넥슨으로부터 4억2천500만원을 송금받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2005년 진 검사장(당시 평검사) 등 주식 매수자들이 모두 근시일내 자금 상환이 가능하다고 해 빠른 거래를 위해 일시적으로 자금을 대여했다"고 밝혔다.

진 검사장은 올해 3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넥슨 비상장 주식을 처분해 12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얻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의혹이 불거지자 진 검사장은 처음에는 본인 자금으로 매입했다고 주장했고,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조사 과정에서는 처가로부터 자금 일부를 지원받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윤리위가 진 검사장의 재산신고 사항을 심사하면서 넥슨의 자금 대여가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진 검사장은 빌린 돈을 처가와 자신의 돈을 모아 넥슨에 변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 검사장이 본인 재산과 처가에서 빌린 돈으로 주식을 샀다고 한 기존 해명이 절차와 내용상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공직자윤리위가 지난달 17일 "진 검사장이 주식 취득 자금에 관한 일부 사항을 사실과 다르게 소명했다"고 설명한 부분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 공직자윤리위는 구체적인 내용은 공직자윤리법에 근거해 밝힐 수 없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넥슨 자금이 개입된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공직자윤리위원은 "진 검사장이 윤리위를 속이려 했다"면서 강력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리위가 이런 내용을 법무부에 전달했고, 진 검사장의 징계 수순은 현재 대검찰청으로 넘어간 상태다.

검사는 조직상 행정부에 소속돼 있지만, 형사사법의 핵심 역할을 하는 준사법기관 성격을 지닌 점 등을 고려해 징계시 별도의 검사징계법을 적용받는다.

이 법에 따르면 검사의 징계사건 심의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맡고, 위원회의 징계 심의는 검찰총장의 청구로 시작된다.

법무부가 공직자윤리위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으면 대검찰청에 공문을 보내고, 대검 감찰위원회를 거쳐 검찰총장이 징계를 청구한다.

징계 수위는 해임, 면직, 정직, 감봉, 견책 등이 있다.

자료 검토를 마친 법무부는 이번 주 대검찰청으로 자료를 넘겼다.

이와 별도로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진 검사장을 고발한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심우정 부장검사)는 고발인 조사를 마친 상태다.

검찰 안팎에 따르면 뇌물수수나 조세포탈 등 위법 사실을 확인하려 해도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상황이라 주식매입 경위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국민적 의혹이 불거진 사안인 데다 윤리위 심사 결과로 넥슨과의 유착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된 셈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진상 규명 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선 진 검사장과 서울대 동기인 김정주 넥슨 지주회사 NXC 회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매입 과정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김상헌 네이버 대표 등 관련자 조사도 뒤따를 전망이다.

한편 넥슨 측은 진 검사장에 대한 자금 제공이 '특혜'는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넥 슨 측은 입장 자료에서 "회사의 자금대여는 매수인 모두(진 검사장ㆍ김상헌 현 네이버 대표ㆍ박모 전 NXC 감사)에게 일괄적으로 진행됐다"면서 "그리고 대여자금은 실제로 근시일 내에 모두 상환돼 당해 연도에 모든 거래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넥슨 측은 자금대여 배경과 관련해선 "2005년 퇴사한 임원이 비상장 주식을 외부 투자회사에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알려왔다"며 "10여년 전의 회사는 지금 회사의 10분의 1 수준이었고, 외부 투자회사가 주식을 매수하면 단기간 내 상장 압박 등 장기적 발전에 악영향이 염려돼 이를 대신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회사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장기투자자를 급하게 물색했다"고 설명했다.

이 어 넥슨은 "이 과정에서 진 검사장 등이 매수 의사를 밝혀왔다"며 "그런데 당시 주식 매도자가 수일 내에 주식 매매대금이 모두 입금되기를 원하는 급박한 상황이었고, 진 검사장을 포함해 주식 매수인들이 모두 근시일 내에 자금 상환이 가능하다고 하여 회사에서 빠른 거래를 위해 일시적으로 자금을 대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회사의 장기적 발전과 경영권 보호'를 위해 전문적인 외부 투자회사가 아닌 우호적 투자자를 물색했으며, 진 검사장 등 3명의 인수 의사를 확인한 뒤 일단 넥슨이 '급전'을 대줬고 이후 변제를 받았다는 설명으로 요약된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이한승 최송아 기자 tae@yna.co.kr,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