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 연평균 4.2%↑ 전망…"언어만 바꾼다는 건 오산"
양성평등·문화 등 고려해야…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성공 열쇠

컴퓨터 PC, 모바일, 비디오 등 전 세계 게임 시장이 나날이 커지면서 그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게임사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29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한국 게임 해외 진출 전략 수립을 위한 시장조사'에 따르면 2019년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약 1천103억9천만 달러(약 130조 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모바일 게임이 인기를 끌고 가상현실(VR)을 이용한 게임까지 속속 등장하면서 게임시장은 연평균 4.2%씩 성장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국내 게임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한때 '전 세계 ○○국 동시 출시'를 내세우기도 했지만 이제는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는 식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언어만 바꾼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목표로 하는 시장을 철저히 조사하고 사전 미팅을 하는 등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같은 아시아라도 문화가 다르다"며 "검이나 창 등의 '차가운 무기'는 괜찮지만 총·폭탄과 같은 '뜨거운 무기'는 금기시되는 나라도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해외 이용자를 위한 게임을 내놓는 것을 넘어 많은 이가 거부감 없이 자연스레 게임을 즐기도록 '현지화'해야만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 "만(卍)자가 나치 표시라니요"…수 없이 고민해야 했던 '블소'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의 블로그 '우주정복'에는 '블레이드 & 소울'(Blade & Soul·블소)을 북미 지역에 성공적으로 진출시키기 위해 거쳤던 '눈물 어린 사연'이 나와 있다.

'블소'는 올해 초 북미·유럽에서 출시되며 1분기에만 총 54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해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2% 뛴 수치다.

이미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블소'였지만 북미 시장의 문을 여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게임 속에 뺄 게 너무나도 많다'는 담당자의 판단 때문이었다.

먼저 지적된 것은 캐릭터의 옷, 게임 배경 곳곳에 녹아있는 '만'(卍)자였다.

불교를 상징하는 이 문양은 나치의 갈고리 십자(하켄 크로이츠)로 오해할 소지가 있었다.

한국 전통의 '장승' 역시 십자가를 연상하게 한다는 이유로 빼야 했다.

문화적으로, 종교적으로, 정치적으로 예민한 부분은 가감 없이 제외하자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문제는 남성과 여성 즉, 양성평등에서 더욱 불거졌다.

특히 북미 지역 담당자들은 여성 캐릭터가 남성보다 노출이 심한 이유를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기나긴 대화와 협의 끝에 결국 '블소'는 여성 캐릭터의 노출 정도 등을 조정하고 여성 전용 의상을 남성에게도 적용하는 등 현지 시장에 맞는 게임으로 바뀔 수 있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이전에는 국내에 게임을 출시하고 거의 비슷하게 세계 시장에 진출했지만 '블소'는 2012년 국내 출시 이후 약 4년간 현지화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 '같은 손오공, 다른 복장'…현지 유명 게임과도 협업한 '세븐나이츠'
올해 2월 일본 게임 시장에 진출한 넷마블의 모바일 역할 수행 게임(RPG) '세븐나이츠' 역시 현지 시장을 치밀하게 분석해 공략한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세븐나이츠'는 국내 게임사로서는 최초로 현지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 자체 서비스를 통해 누적 다운로드 400만 건을 넘기며 현지 앱스토어 매출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세븐나이츠'는 캐릭터의 성장 방식, 사용자 환경(UI) 등을 일본 이용자가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면 개편했다.

의상이나 스테이지 배경 역시 일본적인 색채를 더했다.

예컨대 한국 버전은 게임 속 모험 플레이로 경험치를 획득하고 이를 통해 캐릭터가 성장하지만 일본 버전에서는 카드 등 성장재료를 이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게임 속 주요 캐릭터인 '손오공'의 경우에는 기존 캐릭터가 착용한 의상이 중국적인 색채가 강하다는 일각의 지적을 반영해 일본 전통 의상을 추가하기도 했다.

'나루토', 블리치' 등 인기 애니메이션 더빙에 참여한 유명 성우를 기용하고 '블레이블루' 등의 현지 게임과 협업해 캐릭터를 추가한 점도 맞춤 전략으로 통한다.

특히 넷마블은 '세븐나이츠'의 해외 시장 진출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약 30종의 게임을 해외 게임 시장에 선보이는 등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더욱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게임 콘텐츠의 수출·지원을 담당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현지화 작업을 거쳐야 콘텐츠가 잘 팔리고 해당 문화에도 쉽게 융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