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26일 경기 성남시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총장 취임기념 강연을 하고 있다. 김 의장은 이날 스타트업캠퍼스의 비전으로 ‘업을 찾는 플랫폼’을 제시했다. 연합뉴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26일 경기 성남시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총장 취임기념 강연을 하고 있다. 김 의장은 이날 스타트업캠퍼스의 비전으로 ‘업을 찾는 플랫폼’을 제시했다. 연합뉴스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을 나오면 출세한다는 성공 방정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제 질문도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직업·職業)가 아니라 ‘뭘 하고 싶으냐’(업·業)로 바꿔야 한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26일 경기 성남시 삼평동에 있는 스타트업캠퍼스의 초대 총장으로 공식 취임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스타트업캠퍼스는 경기도가 최근 판교 테크노밸리 내 건물 3개동에 연면적 5만4075㎡(약 1만6300평) 규모로 조성한 국내 최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전문 보육기관이다.

올 들어 처음 외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김 의장은 이날 프레젠테이션 방식의 총장 취임사에서 스타트업캠퍼스의 비전을 ‘업을 찾는 플랫폼’으로 규정했다. 김 의장은 “(일류대학 입학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온) 옛 성공 방정식은 과거 한국의 압축 성장에 크게 기여했지만 이제는 (대학 진학률 85%에 달하는) 과잉 학력과 갈 곳 모르는 청년만 남아 있다”며 “100세 수명 시대에 하나의 직업으로 평생을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제 하나의 특정 직업이 아니라 스스로의 열정을 몰입할 수 있는 ‘업의 시대’가 필연적으로 올 것”이라며 “스타트업캠퍼스는 청년들이 자신만의 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인공지능(AI)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지식보다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직관이 더욱 중요한 가치라고 했다.

그는 “직관은 지식 습득이 아니라 체험과 경험에서 나온다”며 “10년 전 미국에 있을 때 마침 처음 출시된 애플 아이폰을 직접 써보지 못했더라면 앞으로 모바일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직관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의사 소통과 협업, 창의적 사고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스타트업캠퍼스는 이 같은 자질을 키워줄 수 있도록 프로젝트 중심 배움과 ‘거꾸로 교실’(선행 학습 후 토론)식 교육을 병행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장은 ‘긍정의 힘’도 강조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흙수저’ ‘헬조선’ ‘취준생’ 등의 말처럼 아픔과 좌절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는 게 현실”이라며 “언제나 위험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는 언제나 길을 찾았고 이번에도 반드시 길을 찾아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 의장은 유년 시절 할머니를 포함해 여덟 식구가 단칸방에 살았을 만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서울대 산업공학과에 진학했다. 삼성SDS를 거쳐 1998년 국내 최초 온라인 게임 포털인 한게임과 2010년 모바일 메신저 회사 카카오를 잇따라 창업한 정보기술(IT)업계의 대표적 자수성가형 기업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