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주파수 경매에서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를 추가로 확보한 이동통신 3사가 통신 속도 경쟁에 나서고 있다. 초고화질 영상과 가상현실(VR) 등 대용량 데이터 기반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속도 업그레이드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2020년으로 예정된 5세대(G)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현재 4G망에서 ‘꿈의 속도’로 불리는 초당 최고 1기가비트(Gbps) 속도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 경쟁이 뜨겁다.

SKT, 2018년 1Gbps 속도 상용화

SKT   ♣♣SK텔레콤은 다음달 1일 초당 최대 500메가비트(Mbps) 전송 속도를 내는 ‘LTE-A 프로’ 서비스를 상용화한다. SK텔레콤 제공
SKT ♣♣SK텔레콤은 다음달 1일 초당 최대 500메가비트(Mbps) 전송 속도를 내는 ‘LTE-A 프로’ 서비스를 상용화한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은 다음달 1일부터 초당 최대 500메가비트(Mbps) 전송 속도를 내는 ‘LTE-A 프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LTE-A 프로’는 이동통신 표준을 정하는 국제 단체인 ‘3GPP’가 제시한 기술 진화 표준으로 4세대(4G)에서 5세대(5G)로 가는 중간단계 기술이다.

총 50메가헤르츠(㎒)의 LTE 주파수 대역폭을 주파수묶음(CA) 기술을 활용해 최대 375Mbs 속도를 구현한다. 여기에 다운로드 속도를 33% 개선해주는 기술인 256쾀(QAM)을 적용해 최대 500Mbps 속도를 제공할 계획이다. 일반 LTE에 비해 6~7배 빠른 속도다. 이론적으로는 2시간짜리 고화질 영화 한 편을 26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다. 다음달 1일 일단 부산과 울산, 대구에 이 서비스를 적용하고 8월까지 호남 충청 수도권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올해 주파수 경매를 통해 확보한 2.6기가헤르츠(㎓) 대역 60㎒ 폭을 1Gbps급 초광대역 LTE망을 구축하는 데 사용할 방침이다. 4G망에서 1Gbps 속도를 구현하는 시기를 2018년으로 잡았다. 전국 85개 시 전역에 걸쳐 인구 90% 이상을 아우르는 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KT, LTE+와이파이로 속도 업그레이드

KT는 LTE와 와이파이를 결합한 ‘기가 LTE’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KT 제공
KT는 LTE와 와이파이를 결합한 ‘기가 LTE’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KT 제공
KT는 올해 주파수 경매에서 확보한 신규 1.8㎓ 주파수와 기존 1.8㎓ 광대역 주파수를 결합해 올해 하반기부터 30㎒ 폭의 초광대역 LTE-A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KT는 국내 통신사업자 중 유일하게 광대역 전국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8㎓ 대역은 세계 480개 이동통신사 가운데 44%가 채택한 주파수다. 이미 이 대역에서 국내 최다인 10만여개의 광대역 기지국을 구축했다.

KT 관계자는 “전국에 촘촘히 박혀 있는 1.8㎓ 기지국 및 중계기에 초광대역 LTE-A 기술을 쉽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도심 핫스팟 등 통신 트래픽이 많은 곳에서도 고품질 콘텐츠를 더 빠르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5G 시범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기존 4G망과 전국 와이파이망을 활용해 통신 속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작년 6월 LTE와 와이파이를 결합해 최대 1.17Gbps 다운로드 속도를 제공하는 ‘기가 LTE’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기존 LTE보다 15배 빠르고, 3밴드 광대역 LTE(3CA)보다 4배 더 빠른 속도를 구현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U+  LG유플러스는 3밴드 CA 기술과 256쾀 기술을 적용해 연내 최대 700Mbps 속도를 구현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 제공
LGU+ LG유플러스는 3밴드 CA 기술과 256쾀 기술을 적용해 연내 최대 700Mbps 속도를 구현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는 올해 주파수 경매를 통해 2.1㎓ 대역에서 20㎒ 폭을 추가 확보했다. 동일 대역에서 보유하고 있던 20㎒ 폭과 묶어 올해 말부터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3밴드 CA 기술과 256쾀 기술을 적용해 연내 최대 700Mbps 속도를 구현할 계획이다. 기존 300Mbps 서비스보다 2.3배 이상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2.1㎓ 대역에 내년까지 1차적으로 1만5000기 이상의 기지국을 추가로 구축해 커버리지 지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VR 등 신기술이 속도 경쟁 촉매제

통신사들의 네트워크 속도 경쟁은 2020년 본격 열리게 될 5G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초전 성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초고화질(UHD)급 동영상 스트리밍, 실시간 방송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기가급 무선통신 속도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대용량 데이터 송수신이 필요한 VR 등 실감형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등장하고, 센서 등 다수의 전자기기를 네트워크망에 묶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발전하는 것도 통신사들의 속도 경쟁을 촉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 서비스가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통신사들이 저마다 더 빠른 속도의 네트워크망을 앞세워 홍보에 나서고 있다”며 “데이터 속도를 둘러싼 통신사 간 자존심 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