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 형성' 부작용, 윤리적 논란은 넘어야 할 산

체세포복제 방식의 배아 연구가 7년 만에 재개될 길이 열리면서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10여 년 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 조작과 난자 불법 매매 논란이 불거진 이후 거의 멈춰 섰다고 해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차병원 줄기세포 연구팀이 제출한 체세포복제 배아 연구계획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최종 승인권을 가진 보건복지부 역시 위원회가 지적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되도록 빨리 승인 일정을 진행하겠다고 밝혀 연구 재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조건은 난자와 체세포 획득의 적법성, 인간 복제 가능성에 대한 감시 체계 마련 등이다.

단, 이번 연구 역시 국내 생명윤리법상 동결된 난자만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하에서 진행된다.

국내에서 체세포 복제배아 방식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하려면 우선 질병관리본부에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기관으로 등록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등록기관이 배아줄기세포를 연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기관 중 실제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허가된 곳은 차병원이 유일하다.

이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하려면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로부터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차병원은 이번에 2020년까지 5년간 600개의 동결 난자로 체세포 복제배아 방식의 줄기세포를 만들어 시신경 손상이나 뇌졸중 등 난치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이동률 차병원 교수는 "지금까지는 동결 난자를 이용해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며 "우선 동결 난자를 사용해 연구하는 게 핵심이지만 더 나아가서는 '공용줄기세포'를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공용줄기세포'란 모든 사람이 함께 쓸 수 있는 줄기세포다.

0.5% 정도의 사람은 공용으로 쓸 수 있는 체세포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이용해 면역거부반응을 피하는 줄기세포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줄기세포 관련 업계에서는 체세포복제 연구가 재개될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상징적'이라는 평이다.

동결된 난자를 사용한다는 규정에는 변함이 없지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차츰 마련되고 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차병원 계열사인 차바이오텍 관계자는 "순수 연구목적으로 진행되는 부분이어서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면서도 "분명히 상징적으로는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줄기세포 업계 관계자는 "국내 줄기세포 연구는 대부분 성체줄기세포에 집중돼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배아줄기세포가 치료제로서의 잠재력이 높고 이미 해외에서도 관련 규제를 많이 완화한 만큼 국내 역시 이러한 추세로 나아가는 게 바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최종 승인된다고 해도 배아줄기세포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넘어야 할 산이다.

특히 최근에는 과학자들의 기대와 달리 배아줄기세포가 다른 세포로 분화되는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테라토마(종양)를 만들거나 기존 면역체계가 타인의 세포에 거부반응을 나타낼 수 있는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런 부작용은 환자 본인의 배아가 아니고 타인의 잉여 냉동 배아를 이용할 때 더욱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일환 한국줄기세포학회장(가톨릭대 의대 의생명과학실 교수)은 "이미 외국에서 성공한 사안이기 때문에 기술적 충격보다는 사회적으로 승인되는 방향으로 변할 것인지가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며 "체세포복제와 관련한 관리대책과 사회적 통합 등이 더 큰 과제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의 난자 사용과 생명체(배아) 훼손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들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하는 종교계의 주장도 상용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종교·윤리계는 그동안 '배아도 생명'이라는 입장 아래 생명을 파괴하는 배아연구를 중단할 것을 과학계와 정부에 꾸준히 요구해왔다.

생명윤리학회 소속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최종적인 연구 허가 조건을 봐야겠지만, 줄기세포 연구에 사용되는 배아도 생명의 존엄과 가치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면서 "향후 연구 허가 진행 상황을 지켜본 뒤 대응방침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jan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