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왼쪽)은 취임 이후 현장경영을 강조하며 매월 1~2회 지방 우수 직영점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왼쪽)은 취임 이후 현장경영을 강조하며 매월 1~2회 지방 우수 직영점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이달 말로 취임 6개월을 맞는다. 지난해 12월1일 부회장 승진과 함께 이동통신 및 인터넷TV(IPTV)업계 만년 3위인 LG유플러스 수장에 올랐다.

앞서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에서 보여준 ‘1등 신화’를 통신업계에서도 이뤄달라는 게 그룹의 주문이었다. 권 부회장은 취임 직후 직원들에게 “LG유플러스에 1등 DNA를 전파하겠다”고 했다.

권영수의 '한 방' 기다리는 LG유플러스
수치로 나타난 6개월간의 경영성과는 일단 합격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LG유플러스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1% 증가한 2조7128억원, 영업이익은 10.3% 늘어난 1706억원을 기록했다. 그룹 내 대표적인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답게 포화상태에 이른 통신시장에서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이뤄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권 부회장은 취임 후 성장세가 둔화된 무선사업에서 미디어·콘텐츠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국내 최대 모바일 비디오 플랫폼인 LTE 비디오포털은 지난 3월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미래 사업인 홈사물인터넷(IoT) 가입자 역시 매달 2만여명의 순증 추세를 나타내며 이달 3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1등 신화를 재현할 권 부회장의 ‘한방’이 아직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간 5 대 3 대 2로 굳은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판을 흔들 그만의 미래 사업 구상이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LG그룹 관계자는 “산업 트렌드 변화와 투자 방향에 맞춰 LG유플러스가 1등을 할 수 있는 사업분야는 다양할 것이고, 권 부회장의 지난 6개월간의 구상도 거기에 초점이 맞춰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내에선 계열사별 중·장기 사업전략을 점검하는 다음달 LG그룹의 전략보고회가 권 부회장의 본격적인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1등 전략이 전략보고회를 앞두고 구체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는 LG전자 입사 10년 만인 32세에 LG전자 해외투자실 부장이 됐고 45세 때 LG전자 CFO에 올랐다. 모두 최연소 기록이다. LG디스플레이 사장을 맡아 이 회사를 디스플레이업계 세계 1위로 키우는 데 일조했다.

LG디스플레이(LCD 패널)와 LG화학(중·대형 전지)에서 빛을 발한 권 부회장의 1등 DNA는 △글로벌 시장 공략 △합작 등 투자 확대 △기술 혁신 등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2007년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해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맞서 설비 투자를 강화하고 ‘빅바이어’ 애플과의 공급계약을 따냈다.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으로 자리를 옮겨서는 중국 시장을 돌며 대형 고객사를 끌어안았고, 연구개발(R&D) 투자에 집중해 추격자들과 격차를 벌렸다.

권 부회장의 1등 DNA와 접목할 수 있는 LG유플러스의 사업 모델로는 △홈IoT 서비스의 해외 수출 △콘텐츠분야 해외 합작 및 유료 방송시장 인수합병(M&A) △LG전자·디스플레이·화학·유플러스 등 계열사 관련 사업군을 연계한 인공지능(AI) 자율주행자동차 사업 등이 꼽힌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