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작용 360°카메라 매출 6배로 늘어

올해 초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최신 기술 트렌드로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이 주목받은 가운데 국내에서도 관련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유통업체가 VR을 마케팅 등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16일 온라인쇼핑사이트 11번가(www.11st.co.kr)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2일까지 VR제품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의 10배로 급증했다.

소비자는 VR기기를 통해 게임·영화·스포츠 등을 더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데, 최근 관련 상품 종류가 늘고 가격도 갈수록 떨어져 VR기기가 이미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게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11번가의 VR 담당 상품기획자(MD)는 "지난해 11월 삼성전자가 10만원대 '기어VR'을 출시한 뒤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되면서 최근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지난달 VR 매출은 직전 3월의 2배, 3월 매출은 그 직전 2월의 2배에 이르는 등 거의 달마다 2배씩 매출이 뛰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고객들이 먼저 저가형 모델을 체험한 뒤 어지러움을 막는 자이로(수평유지센서) 기능 등을 갖춘 고가 제품을 다시 구입하는 추세로, 1만~3만원대 중국산 제품부터 삼성·LG 등의 10만원 이상 가격대 제품까지 모든 VR기기가 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게 11번가의 설명이다.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www.gmarket.co.kr)의 최근 한 달(4월 4일~5월 3일) VR 기기 판매량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65% 늘었다.

G마켓은 지난해 11월 이후 'VR기기' 카테고리(상품군)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옥션(www.auction.co.kr)에서도 최근 한달 VR기기 판매량은 직전 1개월보다 69% 증가했고, 올해 1월과 비교하면 무려 2.5배로 뛰었다.

G마켓의 경우 현재 '가상현실 체험기기 VR BOX'(1만9천400원), '삼성전자 기어VR'(SM-R322NZWAKOO·10만4천원) 등 1만원대부터 20만~30만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VR기기를 판매하고 있다.

VR기기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스스로 만드는 데 필요한 360°카메라도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 카메라와 달리 위, 아래, 양 옆 등 모든 방향의 사물과 풍경을 촬영할 수 있는 제품이다.

G마켓에서는 최근 한 달(4월 4일~5월 3일) 360°카메라 판매량이 작년 11월 VR 카테고리 신설 시점의 5.8배까지 불었다.

예를 들어 풀HD 화질로 최대 25분 동안 전방위 영상을 담을 수 있는 '리코 세타 S(RICOH THETA S) 360°카메라'(45만원) 등이 대표적 상품이다.

G마켓 관계자는 "올해 들어 세계적으로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전자업계도 잇따라 관련 신상품을 출시하고 있다"며 "초기보다 가격이 계속 낮아지고 있고, 콘텐츠도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VR기기 시장은 앞으로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VR제품을 파는 데 머물지 않고, 홍보·마케팅 기법의 하나로 VR 기술을 직접 적용하는 유통업체도 있다.

GS샵은 지난 13일 오후 3시20분부터 30분동안 '청산도-완도 2박3일 공정여행' 상품 판매 방송을 진행했는데, 청산도 구석구석의 아름다움을 보다 생생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서편제길, 범바위, 장기미해변 등 주요 관광지와 숙소를 360° VR 영상으로 제작해 내보냈다.

소비자는 모바일 기기를 상하·좌우로 움직여 이 영상을 보면서, 실제로 여행지 곳곳을 돌아보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GS샵 관계자는 "VR 촬영 장비를 도입하고 촬영·편집기법, VR 적용 대상 상품 등을 연구하고 있다"며 "앞으로 여행상품이나 인테리어상품 등 공간감이 중요한 상품의 판매에 360° VR 기술을 계속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