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진출 이래 줄곧 1위…중국·인도업체 멀찌감치 따돌려
애플, 인도에 정규 매장과 제조 공장 설립…"LTE 시장 노린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는 인도에서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인도는 2018년이면 미국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12일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6천4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25.1%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인도 시장에 진출한 이래 줄곧 정상을 지키게 됐다.

더구나 현지 유력 제조사인 마이크로맥스를 10%포인트 가까운 격차를 벌리며 2위로 밀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물론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유롭게 1위를 달리던 삼성전자는 2014년 4분기에 마이크로맥스와 거의 비슷한 점유율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정상 자리를 내줄 뻔했다.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5의 흥행 부진과 아울러 마땅한 보급형 모델이 없던 시절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듬해인 2015년 벽두부터 갤럭시A·E·J 등 중저가 모델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는데 요충지를 인도로 삼았다.

타이젠 운영체제(OS)를 처음으로 탑재한 스마트폰(Z1)을 처음 선보인 곳도 인도였다.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원동력은 중저가 제품에 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200달러 이하 저가 제품의 비중이 약 70% 이상으로, 4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제품의 10배 이상을 차지한다.

올해 1분기에도 인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삼성전자의 중저가 모델인 갤럭시J와 갤럭시A, 갤럭시온(On)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인도 시장에서 반격을 꾀하는 애플은 아직도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올 1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고작 70만대로 2.7%의 점유율에 그치며 7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판매량의 11% 수준이다.

애플이 인도에서 약세를 보이는 건 마이크로맥스를 비롯해 인텍스(3위), 라바(5위), 카본(8위) 등 현지 제조사들의 틈바구니에 낀 사정도 있지만 내세울 만한 저가형 제품이 없는 탓이 크다.

올 상반기 나름 보급형 모델로 꼽히는 아이폰SE를 인도에도 출시하기는 했으나 20만원대의 타사 제품과 경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현지 아이폰SE의 가격은 399달러(46만6000원)다.

아직 기회는 있다.

인도는 아직 LTE망이 본격적으로 구축되지 않은 만큼 향후에 프리미엄 시장 규모가 커지면 고가 아이폰으로 승부할 만하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300달러 이상의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의 점유율이 최근 10%대에서 30% 가까이 증가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인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아이폰 전문 제조사인 폭스콘은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 486만㎡(147만평) 규모의 아이폰 전용 생산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이는 13년 만에 매출 역성장을 기록한 애플이 인도를 '재도약의 땅'으로 보고 공략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공장 건립에는 약 10억 달러(약 1조1천700억원)가 들어가는데 폭스콘 모회사인 홍하이 그룹은 물론 애플도 돈을 대는 것으로 알려졌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인도는 7~10년 전 중국처럼 성장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애플은 최근 인도에서 2년을 약정 조건으로 한 달에 999루피(1만7500원)를 내면 아이폰을 빌려주는 임대 서비스도 출시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최근 인도에 애플스토어 설립은 물론 중고폰 판매도 추진하고 있다"면서 "애플이 인도에 사활을 건 만큼 삼성전자와 현지 제조사들도 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도 아직은 삼성전자, 인도 현지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힘겨워하는 모습이다.

최근 모바일 사업이 부진한 레노버-모토로라가 그나마 7.5%의 점유율로 4위에 올라 체면을 지켰고, 샤오미는 3.5%로 6위를 기록했다.

중국 시장을 석권한 세계 3대 제조사 화웨이는 올 1분기에 인도에서 고작 50만대를 팔아 2%의 점유율로 10위에 그쳤다.

한편, 1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총 2천550만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지역에 비해 성장률은 무섭지만 아직 1위 시장인 중국(1분기 약 1억대)의 25% 수준이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체 휴대전화 시장 규모는 6천500만대로, 작년보다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goriou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