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SE. / 사진=LG유플러스 제공
아이폰SE. / 사진=LG유플러스 제공
[ 박희진 기자 ] "애매한 폰이죠."

10일 국내에 상륙한 애플의 4인치 스마트폰 '아이폰SE'에 대한 이동통신업계 관계자의 평가다. 프리미엄 제품도, 보급형 제품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를 선정했다는 얘기다.

아이폰SE는 프리미엄급 혁신 대신 가격대를 낮추는 쪽을 선택했다. 문제는 '보급형'엔 어울리지 않는 가격이다. 결과적으로 성능과 가격 두 경쟁력 모두 어중간해진 셈이다. 아이폰SE의 애매모호한 정체성에 이통업계 조차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다.

이날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아이폰SE를 공식 출시했다.

출고가는 이통 3사가 모두 동일하다. 아이폰SE 16기가바이트(GB)의 출고가는 56만9800원, 64GB는 69만9600원이다. 2013년 출시된 애플의 첫 번째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5C'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역대 아이폰 시리즈 중 가장 싼 제품이지만 보급형 제품군에 끼기엔 여전히 비싸 보인다.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J 시리즈의 경우 가격이 20만원~3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아이폰SE의 애매한 정체성은 이통업계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들을 대상으로 진행해온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에 아이폰SE의 적용 여부를 다르게 한 점이 눈에 띈다. 아이폰SE를 프리미엄 제품으로 볼지, 보급형 제품으로 볼지 회사마다 판단이 엇갈린 셈이다.
아이폰SE. / 사진=애플코리아 홈페이지
아이폰SE. / 사진=애플코리아 홈페이지
SK텔레콤은 아이폰SE를 '프리미엄클럽' 적용 모델에 포함했다. 프리미엄클럽은 스마트폰을 30개월 할부로 구입하고 18개월동안 월 5000원의 보험료를 낸 후 중고폰을 반납하면 새로운 기기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이다.

기존 적용 대상 단말기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7과 갤럭시S7 엣지, 갤럭시노트5, 애플의 아이폰6S와 아이폰6S 플러스, LG전자의 G5다. 모두 출고가 8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제품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출고가는 높지만 지원금이 낮은 아이폰 특성을 고려해 고객들의 단말기 할부금 부담을 낮추고자 아이폰SE의 프리미엄클럽 적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제품을 보급형 제품과 구분짓는 별도의 잣대는 없지만, 대체로 할부금 부담과 직결되는 출고가를 기준으로 프로그램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LG유플러스는 프리미엄 모델을 대상으로 한 'H클럽'의 적용 모델에서 아이폰SE를 제외했다. H클럽은 30개월 할부로 산 단말기 할부원금의 50%를 18개월동안 납부하면 남은 할부원금 50%와 중고폰 시세의 차액을 보상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적용 대상 모델은 갤럭시노트5를 제외하면 SK텔레콤의 프리미엄클럽과 같다. 월 7000원의 보험료를 내야 하며 가입은 오는 6월 30일까지 가능하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H클럽은 당초 프리미엄 제품 5종에 한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라며 "현재까지 프로그램 연장 여부는 정해진 것이 없어 적용 대상 모델이 추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아이폰SE는 LG유플러스의 또 다른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인 '심쿵 클럽'의 적용이 가능하다. 심쿵 클럽은 H클럽보다 고객이 부담하는 할부원금은 많지만 롱텀에볼루션(LTE) 휴대폰 전 기종에서 가입이 가능하다.

심쿵 클럽 가입자는 30개월 할부로 제품을 구입 후 18개월동안 월 5100원의 보험료와 할부원금의 60%를 내고 중고폰을 반납하면 새 기기로 변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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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