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특성상 매출·연구 따로따로

바이오 업체들이 연구개발(R&D)과는 별개로 '캐시카우' 품목을 내세우며 나름의 '생존'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

신약 개발 등으로 재무상황 악화에 빠지기 쉬운 바이오 생태계에서 나름의 살길을 꾀하는 셈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을 중심으로 연구와 매출 창출을 따로따로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속은 매출 창출 능력이 뛰어난 상품을 통해 챙기고, 이와 별도로 연구개발도 진행하는 식이다.

메디포스트는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의 수술에 쓰인 줄기세포 관절염 치료제 '카티스템'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실제로는 절반 이상의 매출이 제대혈은행에서 나온다.

지난해 기준 줄기세포 치료제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였던 반면 제대혈은행은 64%에 달했다.

제대혈은행 사업은 신생아의 탯줄에서 채취한 제대혈(탯줄혈액)을 조혈모세포와 간엽줄기세포로 분리해 보관하거나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등을 통칭한다.

메디포스트는 제대혈은행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줄기세포 치료제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절염 치료제 카티스템에 이어 알츠하이머형 치매 치료제 '뉴로스템'과 미숙아 기관지 폐이형성증 치료제 '뉴모스템' 등을 개발 중이다.

국내 1호 줄기세포치료제 '하티셀그램'을 생산하는 파미셀은 원료의약품 매출이 회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원료의약품 등을 생산하는 케미컬 사업 부문이 전체의 88%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티셀그램의 매출 비중은 4.88%, 하티셀그램이 속한 바이오사업부문 매출은 전체의 11.83%다.

특히 원료의약품 매출이 2014년 27억원에서 2015년 91억원으로 240% 성장하면서 회사의 핵심 동력으로 떠올랐다.

파미셀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케미컬 사업부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척수 손상 및 뇌졸중, 간 경변 등의 줄기세포 치료제의 안정적인 질적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전공학 연구소를 모태로 하는 LG생명과학은 성형 보형물 필러 덕을 보고 있다.

LG생명과학은 올해 1분기 당뇨신약 '제미글로'와 필러 '이브아르' 성장에 힘입어 5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브아르는 1분기에만 96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특히 중국 수출 물량이 이어지면서 수출 금액만 141% 뛰었다.

LG생명과학은 기존 신약과 필러의 견조한 성장에 힘입어 골관절염 치료 신약과 백신, 대사질환 치료제 등의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LG생명과학은 지난해 기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용 비중이 17.30%로 국내 제약사 중 1위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이브아르의 중국 수출은 당분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 매년 2배 성장해왔고 앞으로 2년까지는 이 정도 수준의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jan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