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진 기자 ] 삼성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에게 새 임무를 맡겼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 간 시너지 창출로 업계 불황을 극복하라는 과제다.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전격 교체…권오현 부회장이 맡은 특명은?

삼성디스플레이는 29일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어 삼성전자 대표이사 권 부회장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삼성의 이번 인사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단행됐다.

최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는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라는 이중고에 갇혀있다. 어려운 영업환경에도 다른 업체 대비 선방해온 삼성이지만 향후 업황 전망이 녹록지 않다는 판단에서 장기적인 돌파구를 찾고 있는 셈이다.

업계 불황은 전날 발표한 삼성전자 1분기 실적에서도 드러났다. 삼성전자 디스플레이(DP) 부문은 1분기 27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4년 1분기 이후 약 2년만의 적자다. 반도체 부문은 기술 및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2조63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선방했다.

디스플레이 부문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바로 다음 날 인사가 단행되자 일각에선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의 경질성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부문 실적 악화가 권 부회장의 겸직을 결정한 배경은 아니다"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모두 업황이 어려운 만큼 두 분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은 두 분야의 시너지 창출을 이끌 적임자로 권오현 부회장을 선택했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책임지는 부품(DS) 부문장을 맡고 있는 권 부회장은 디스플레이 대표이사까지 겸직하게 됐다.

30년 넘게 삼성전자에 근무해온 권 부회장은 삼성 메모리 반도체 성장의 주역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에선 시스템LSI 사업부장, 반도체총괄 사장, DS사업총괄 사장 등을 지냈다.

권 부회장은 2012년 7월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 LCD사업부에서 독립 분사돼 새롭게 출범했을 때 초대 대표로 선임돼 같은 해 연말까지 대표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번 인사로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삼성전자 DS 부문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박 사장은 DS 부문 미래사업 준비와 설비·제조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박동건 사장과 기존 DS부문 사장들과의 역할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 DS 부문은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과 전영현 DS부문 반도체 총괄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등이 이끌고 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