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 후원, 과학 대중화의 초석
민주주의란 국민이 주인으로서 국가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다. 핵심은 ‘국민 참여’에 있다. 국민이 주체가 돼 자기 의사를 표현할 때 비로소 국가가 발전할 수 있다. 과학도 이와 마찬가지다.

그동안 한국 과학은 정부 주도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나머지 대중으로부터 멀어졌다는 점은 아쉽다. 과학 대중화를 위해서는 전 국민이 과학 문화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후원(後援)이다.

스미스소니언은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과학관이다. 이곳은 후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영국 화학자 제임스 스미스슨의 상속기부금으로 설립됐으며, 2014년 기준 재정의 15%가량을 후원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후원 회원의 범주다. 특정 대상이 아니라 개인, 기업, 재단, 단체 등의 다양한 회원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이는 많은 사람이 과학관의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 일본에서도 국민이 주요 과학관을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국립과학관은 전적으로 정부 예산에 의존한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국민 참여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국립과천과학관은 2010년 ‘과학사랑희망키움’이라는 후원회를 발족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를 극복할 방안은 ‘국민 참여’에 있다. 국립과천과학관은 연간 240만여명이 방문하고, 과학교육인원 10만여명, 과학문화인원 30만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이들이 과학관의 주체가 된다면 그 영향력은 대단할 것이다.

이달부터 국립과천과학관 후원회가 새롭게 출범한다.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소액 기부 시스템을 도입했다. 관람객이 과학관의 주체로 더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를 위해 과천과학관도 발 벗고 나섰다. 후원자들에게 상설전시관 관람료 무료, 과학문화공연 관람료 및 교육비 할인 등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후원자들의 명패도 제작하기로 했다.

이번 후원회 활동이 기대되는 것은 과학 문화의 중심축이 정부에서 대중으로 옮겨가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람객이 후원자가 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관람객이 아니라 후원자가 된다는 것은 과학관에 대한 주인의식과 애정이 훨씬 깊어진다는 뜻이다. 이로써 과학에도 민주주의 바람이 더 강하게 불어올 것이다. 그날을 위해 후원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 올바른 후원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해본다.

조성찬 < 국립과천과학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