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요금동결·8조 투자 약속에도 경쟁 당국 M&A 반대
사업자들 따라 엇갈린 해석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을 심사 중인 가운데 영국에서는 이동통신사 간 인수·합병이 시도되고 있어서 관심을 끈다.

25일 외신 등에 따르면 영국의 4위 통신사업자인 스리(Three)는 2위 사업자인 오투(O₂)를 103억 파운드(약 16조8천억원)에 인수·합병하려 했으나 규제 당국의 반대에 부딪힌 상태다.

스리는 홍콩의 허치슨이, 오투는 스페인의 텔레포니카가 각각 대주주인 영국 내 이통사들이다.

유럽에서는 외국 자본이 국경을 넘나들면서 통신사업을 확장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영국에서는 통신사업자 4곳이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스리의 오투 인수·합병이 성사되면 1위 사업자인 브리티시텔레콤(BT)을 능가하는 최대 사업자가 탄생하게 된다.

인수·합병의 인가 권한은 유럽연합(EU)이 갖고 있다.

영국의 공정거래위원회라 할 수 있는 경쟁시장청(CMA)은 이번 인수·합병으로 사업자 수가 4개에서 3개로 감소하고 BT보다 큰 사업자가 나오면 통신요금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CMA는 EU 측에 이 같은 우려를 수차례 전달했다.

이에 앞서 영국의 방송통신위원회라 할 수 있는 오프콤(Ofcom)도 인수·합병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EU 측에 전달한 바 있다.

스리는 앞으로 5년 동안 통신요금을 동결하고, 50억 파운드(약 8조2천억원)를 영국 내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과감한 조건을 제시했지만, 두 규제 당국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EU의 심사 결과는 다음 달 19일에 공식 발표되지만, 이번 주에 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스리는 인수·합병 무산에 대비해 EU를 상대로 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리와 오투의 인수·합병 시도는 가장 최근의 해외 사례라는 점에서 국내 통신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 정부도 심사 과정에서 외국의 사례를 참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합병 당사자인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이 알뜰폰 사업을 벌이고 있긴 하지만 케이블TV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서 둘 다 이통사인 스리-오투 사례와 직접 비교하기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사업자 수가 줄 때 경쟁이 둔화하는 것은 당연하고,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은 방송과 통신의 인수·합병이기 때문에 더욱 엄격하게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9월 시작된 EU 심사가 예정된 기간을 넘겨 현재까지 진행되는 것을 보면 어느 나라에서나 통신사 인수·합병이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