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방한한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의 척 로빈스 최고경영자(CEO)가 19일 하루 동안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잇따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시스코 CEO가 한국을 찾은 건 존 체임버스 전 CEO가 2009년 방한한 이후 7년 만이다.

로빈스 CEO는 이날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를 방문해 정의선 부회장을 만나는 것으로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현대차가 추진하는 커넥티드카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차량 네트워크 기술 개발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로빈스 CEO는 커넥티드카 모의테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한 벤처기업을 찾아 연구 상황에 대해 듣는 등 한국의 벤처 생태계에도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오후엔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뒤 서울 서린동 SK서린사옥으로 이동해 최태원 SK 회장과 5세대(5G) 통신 및 반도체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과 로빈스 CEO는 이 자리에서 SK텔레콤이 시스코의 5G 통신장비를 구입하고, SK하이닉스는 시스코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작년 7월 부임한 로빈스 CEO가 아시아 지역 첫 방문지로 중국이나 일본이 아니라 한국을 선택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방한 첫 방문 기업을 현대차로 정한 건 시스코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물인터넷(IoE)에서 찾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로빈스 CEO는 작년 7월 취임 이후 줄곧 “혁신의 화두는 IoE와의 협업”이라고 강조했다.

로빈스 CEO는 1997년 시스코에 합류해 회계부장, 지역 및 운영 책임자 등을 지내며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작년에 CEO가 되기 전에는 글로벌 운영담당 수석부사장으로, 고속 성장하는 아시아 지역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