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건설중장비업체인 일본의 고마쓰는 최근 광고 주인공을 굴삭기, 불도저에서 드론으로 바꿨다. 고마쓰의 드론은 텅 빈 건설 부지 위를 부지런히 날아 구석구석 촬영한다. 드론이 찍은 영상은 자동으로 3차원(3D) 데이터로 전환돼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된다. 소프트웨어가 부지 면적을 계산하고, 장비들이 굴착해야 할 양을 측정한다. 3D 설계안이 클라우드 서버에서 작성되고 시공 계획 시뮬레이션이 돌아간다. 측량 기사나 엔지니어 없이도 필요한 굴삭기 등 중장비와 시공기간, 비용 등이 계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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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모습까지 바꾸는 디지털 혁신

고마쓰는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스마트 건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스마트 건설은 시공을 제외한 모든 과정이 가상 공간인 클라우드 서버에서 이뤄지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공정을 최적화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계획안을 바탕으로 중장비가 현장에 투입되면 중장비에 부착된 센서가 현장 정보를 시공사의 컴퓨터로 실시간 전송한다. 하루 업무량이 지속적으로 현장 감독자의 태블릿PC에 전송되는데 예상치 못한 문제 등이 발견되면 프로그램 내용이 변경된다. 수정된 프로그램 내용은 다시 원격으로 각 장비로 전달된다.

고마쓰는 이 같은 스마트 공정을 실현하기 위해 2014년 미국의 드론 제작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스카이캐치에 자본을 투자했다. 고마쓰는 스카이캐치와 함께 일반 상업용 드론 및 건설 현장에 특화한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고마쓰는 2020년까지 건설 현장용 드론을 최소 200대 이상 제작해 임대해주는 비즈니스도 모색하고 있다.

전통 제조업체도 제조 공정에 IoT를 접목한 혁신에 뛰어들고 있다. 보쉬는 2013년부터 ‘네트워크 공정’ 구축에 들어갔다. 세계 공장 운영 본부와 각 공정의 기계들, 그 기계를 운행하는 근로자를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십년간 종이문서로 쌓아온 공정·기계별 운영일지도 모두 데이터베이스(DB)에 넣었다. 보쉬가 세계 5개국 13개 공장에서 생산하는 부품인 가솔린 연료분사장치의 연간 불량률은 8ppm(1ppm은 100만분의 1) 이하다. 100만개 중 불량품은 8개가 안 된다는 의미다.

사업 구분이 사라진다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키운 디지털 역량이 사업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닷컴은 배송 재고관리 등의 효율화를 위해 2000년대 초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가 가장 많은 데이터 처리량을 기준으로 서버가 설계돼 평소엔 유휴 설비가 생겼다. 아마존은 남는 설비를 사업화하기로 결정했고, 2006년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출범시켰다.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 생태계가 조성되면서 낮은 가격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AWS는 덩치가 불어났고, 연 80억달러 수준의 매출을 올리며 아마존의 큰 사업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염동훈 AWS코리아 사장은 “아마존닷컴은 AWS의 수많은 고객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며 “삼성전자, 넥슨, 한글과컴퓨터, SK커뮤니케이션 등 국내 기업도 글로벌 서비스를 위해 AWS를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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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는 2011년 이후 회사의 역량을 디지털 부문에 집중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회사 매출의 40% 가까이 차지하던 금융과 가전사업 부문을 차례로 정리했다. 세계 최초 산업인터넷 운영체제(OS)인 ‘프레딕스’를 지난해 개발했고, 20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과 합작을 통해 산업인터넷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2011년 2억9000만달러에 불과한 GE의 디지털 부문 매출은 지난해 50억달러로 17배 넘게 늘어났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