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월든 래버토리' 초안
'사이언스 월든 래버토리' 초안
인분 분해해 가스·기름 생산…인분의 화폐가치 가늠 앱도 개발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대변을 분해해 가스를 만들어 난방 등 에너지로 사용하는 독립형 실험실이 조성 중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이언스 월든 래버러토리'로 불릴 이 실험실의 가장 큰 특징은 화장실에 있다.

연구원들이 용변을 보면 양변기 아래에 설치된 배기 장치, 건조기 등이 곧바로 대변을 말려서 분말처럼 만든다.

이 분말을 꺼내서 화장실 옆에 설치된 미생물반응조에 넣으면 미생물이 분말을 분해하면서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 낸다.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는 서로 분리돼 저장된 후 메탄가스는 보일러로 들어가 실험실 난방, 온수를 공급하는 연료가 된다.

이산화탄소는 조류배양조라는 곳으로 옮겨져 녹조와 같은 미세조류의 먹이가 되는데 이 미세조류의 몸은 40%가 지방으로 너무 자라면 자연스럽게 배양조 바닥에 가라앉게 된다.

이때 조류를 압착기 등에 넣어 짜내서 지방을 얻을 수 있고 이 지방으로 다시 바이오디젤을 만들어 챠량 연료 등에 쓸 수 있다.

인분이 완전히 분해돼 가스·기름 연료로 바뀌는 실험실인 것이다.
건설 중인 울산과기원 육면체 실험실
건설 중인 울산과기원 육면체 실험실
화장실 이름은 '윤동주 화장실'로 붙였는데 사람이 음식을 먹고 배설한 대변이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고 완전히 사라지게 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학 측 설명이다.

이 실험실은 외형과 구조 역시 독특하다.

학생회관 인근 부지에 들어서는 실험실은 12면체로 바닥은 한 변의 길이가 5m인 육각형 모양을 가지게 된다.

내부는 2층 복층 구조로 1층에는 화장실과 각종 정화·순환시설이 설치되며 2층은 전시실, 휴게실로 쓰일 예정이다.

옥상은 나무 등을 심어 빗물을 자연스럽게 정화해 중앙으로 모이게 한 뒤 실험실로 들어오게 해 다시 정화작업을 거쳐 식수나 생활용수 등으로 사용한다.

벽은 모두 폴리카보네이트라는 투명 플라스틱을 사용해 내·외부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아트센터 나비' 등과 협조해 벽면을 미디어아트로 꾸밀 계획이다.

인분이 에너지화하는 과정이나 에너지양 등을 색채와 모형 등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조재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실험실 자체의 독특함도 재미있지만, 대변을 근본으로 하는 화폐제도, 즉 '똥본위제도'를 시험해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고 7일 소개했다.

이 실험실에선 인분이 곧 가스와 기름 등 에너지를 살 수 있는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인분의 양을 계산해 어느 정도의 돈 가치에 해당하는지 가늠하는 앱 개발도 완성 단계다.

이 실험실은 3억원 가량이 투입돼 이달에 완공, 다음 달 공개될 예정이다.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cant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