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를 관찰해 실력에 맞는 대결 상대를 찾아주는 역할을 주로 하던 인공지능(AI)이 게임 배경을 제작하는 등 콘텐츠 개발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넥슨이 오는 7일까지 비공개 테스트(CBT)를 하는 모바일게임 ‘야생의 땅:듀랑고’의 주요 배경인 섬은 개발자들이 일일이 입력하지 않아도 컴퓨터가 자동으로 만들어내도록 AI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김동건 넥슨 본부장은 “게임 속에서 AI는 이용자가 컴퓨터가 아니라 사람과 직접 겨루는 것처럼 느끼도록 게임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며 “앞으로는 게임의 주인공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스토리를 만드는 것에도 딥러닝 등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똑똑해진 게임 속 AI…맞춤형 스토리까지 만든다
○게임에 적용된 AI

AI는 일찍부터 게임에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게임 ‘테마파크’ ‘블랙앤드화이트’ 등에 AI 기술을 활용했다. 2001년 출시한 블랙앤드화이트에는 알파고가 스스로 바둑을 학습하는 데 활용한 강화학습까지 적용했다.

인기 1인칭 슈팅게임(FPS)인 ‘레프트포데드’에선 ‘디렉터’란 AI 시스템이 작동한다. 레프트포데드는 4명의 플레이어가 협동해 엄청난 수의 좀비와 싸우는 게임이다. 디렉터는 게임 패턴을 분석해 게임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용자가 가는 방향에 맞춰 좀비를 배치하는 식이다. 넥슨지티가 출시할 예정인 FPS ‘서든어택2’에도 AI 기술을 적용했다.

○게이머 관찰…AI로 데이터 분석

게임 속에서 이용자가 언제 돈을 쓰고, 게임을 그만두는지 등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도 AI가 활용된다. 넷마블게임즈는 2014년부터 ‘콜럼버스 프로젝트’를 통해 AI가 이용자의 성향을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허사비스 CEO가 바둑 다음 목표를 스타크래프트 같은 전략시뮬레이션게임으로 정하면서 AI를 학습시키는 게임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마인크래프트를 AI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AI는 ‘지도학습’이라는 일종의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인간 플레이어가 한 게임을 바탕으로 상대를 평가하고 행동을 모방하는 능력을 갖춘다. 포상을 최대화하는 결정을 내리도록 학습하는 강화학습을 통해 레이싱 게임 속 운전기술이나 FPS에서 사격술을 배운다. 구글에서 딥러닝 연구를 이끄는 브레인팀의 제프 딘 구글 시니어 펠로는 “스타크래프트는 부분적인 영상정보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머신러닝을 학습시키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발사 AI 조직 확대

국내 업계에선 엔씨소프트가 AI 연구에 비교적 일찍 뛰어들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자사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혁신으로 AI 기술을 강조해왔다. 엔씨소프트는 2012년 10여명으로 ‘AI랩’ 조직을 꾸렸다. AI랩은 50여명이 연구하는 AI센터로 규모가 커졌다.

센터에서는 30여명의 연구원이 게임 AI를, 10여명이 자연어 처리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월 ‘블레이드&소울’에 강화학습을 적용해 이용자의 실력에 따라 움직이는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넷마블게임즈의 콜럼버스 프로젝트에는 60여명이 투입됐다. 넥슨은 별도 연구조직을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송창규 넥슨 라이브인프라실 실장이 AI 전문가로 꼽힌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