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 작업 지시하는 것에서 학습시켜 일하는 시대로"
머신러닝 인공지능·클라우드 컴퓨팅·빅데이터 결합 컴퓨팅환경이 혁신 토대

"'프로그래밍'이라는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컴퓨터를 '프로그래밍하는' 대신, 컴퓨터가 뭔가를 학습하도록 '가르쳐서' 원하는 일을 시키는 것입니다."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에릭 슈밋 회장이 23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제48번 부두 창고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 넥스트 2016' 회의에서 2천여명의 개발자, 기자, 애널리스트 앞에서 밝힌 비전이다.

그는 "이제 플랫폼은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의 끝이 아니라 '바닥 층(層·layer)'"이라며 "그 위에 머신 러닝이 얹히게 되며, 이는 좁은 범위의 인공지능과 일반적 인공지능을 포괄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다음 변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컴퓨터에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일일이 지시하는 '프로그래밍' 대신 컴퓨터에 학습을 시켜서 일하도록 만드는 '머신 러닝'이 앞으로 정보기술(IT)업계의 가장 중요한 기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신러닝 기반 인공지능, 인터넷 기반 클라우드 컴퓨팅, 크라우드소싱으로 얻은 빅데이터가 함께 결합한 컴퓨팅 환경이 앞으로 IT 분야 혁신의 토대가 되리라는 것이 그의 통찰이다.

슈밋 회장은 이 세 가지가 결합한 컴퓨팅 환경이 모든 성공적 대규모 기업공개((IPO)의 토대이며 근본이 되는 세상이 앞으로 5년 안에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마치 5년 전에 일어난 '앱 기반' IT 경제가 우버, 스냅챗 등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는 신생기업들을 낳았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그는 설명했다.

구글은 이날 회의에서 클라우드 환경과 머신 러닝 개발도구를 결합한 '클라우드 머신 러닝' 플랫폼의 알파 버전을 일부 외부 개발자들이 쓸 수 있도록 공개했다.

이 기술이 응용된 구글 서비스 중에는 구글 포토의 이미지 검색과 분류, 구글 음성 인식과 검색, 구글 번역기, 구글의 이메일 앱 '인박스'에 있는 '스마트 답장' 기능 등이 있다.

구글의 기술 인프라 담당 우르스 횔츨레 선임부사장(SVP)은 "향후 5년간 컴퓨팅과 클라우드 분야의 변화가 최근 10∼20년 일어난 것보다 더 클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2020년에는 구글의 클라우드 매출이 광고 매출을 넘어설 수도 있다며 "지금 구글의 클라우드는 2000년 당시 구글의 광고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구글의 GCP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선발주자인 아마존의 '아마존 웹 서비시즈'(AWS),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Azure) 등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중이다.

시너지 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작년 클라우드 분야 시장점유율은 아마존 AWS가 31%로 압도적 1위였고 MS 애저가 9%, IBM 클라우드가 7%, 구글 GCP와 세일즈포스가 각각 4%였다.

구글은 이날 행사에서 디즈니, 스포티파이, 코카콜라 등 최근에 GCP를 사용하기 시작한 고객사들의 최고기술책임자(CTO)들을 무대에 출연시켜 고객 입장에서 본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의 장점을 설명토록 했다.

매우 빠르고 유용한 분석 도구를 제공하며 경쟁 서비스에 비해 가격도 합리적이라는 것이 구글의 설명이다.

구글은 아울러 AWS와 GCP를 섞어 쓰는 고객이 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구글 스택드라이버'의 베타 버전도 공개했다.

스택드라이버는 2012년 설립된 클라우드 관리 도구 업체였으나 2014년에 구글에 인수됐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임화섭 특파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