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제2의 구글' 후보들
'인공 달걀' 만든 햄튼크릭푸드 등 대표적

햄튼크릭푸드 창업자 조시테트릭이 '저스트마요'를 소개하고 있다.(AP 연합뉴스)
햄튼크릭푸드 창업자 조시테트릭이 '저스트마요'를 소개하고 있다.(AP 연합뉴스)
미래를 완벽히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지금의 기술 발전과 수준으로 미래를 예측하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최근 구글의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는 바둑 세계 4위 이세돌 9단을 꺾으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검색 사이트 구글이 어떻게 AI 컴퓨터를 만들었을까. 제대로 말하면 구글이 처음부터 알파고를 개발한 것은 아니다. 구글은 검색 시장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자본을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이 중 하나가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였다.

알파고가 이세돌 기사를 이긴 것만큼 최근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를 놀라게 한 사건이 있다. 바로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의 주식 시가총액이 애플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는 점이다. 알파벳의 시가총액이 5360억 달러(650조원)로 5280억 달러(639조원)인 애플을 추월했다는 점은 가히 충격적이다.

우리가 만질 수 없는 온라인상의 가치를 생산하는 구글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애플을 뛰어넘었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기업을 보는 관점이 변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글은 지금 전 세계를 움직이지만 처음엔 이들도 ‘차고’에서 첫 역사를 썼다. 지금의 모습과 비교하면 너무나 초라한 출발이다. 이때 구글의 가능성을 알아본 개인 또는 벤처 투자사는 지금 ‘대박’을 쳤을 것이다. 지금도 수많은 벤처캐피털은 구글처럼 가능성이 있는 IT 기업을 찾고 있다.

한국경제신문i에서 최근 출판한 은 이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 ‘넥스트 구글’로 주목할 만한 기업들은 어떤 곳일까.

◆이스라엘 스타트업, 공기 중 수증기로 물 만들어

혁신과 먹거리는 거리가 있어 보이겠지만 스타트업들의 깜짝 놀랄 기술은 이미 식품 산업까지 뒤바꾸고 있다. 우리가 섭취하는 동물성 식품은 지금까지 닭을 좁은 캐리지 안에 넣어 살찌우거나 젖소에게 젖이 많이 나오는 약을 먹이는 등의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동물 복지 차원은 물론 인간의 건강 측면에서도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여러 스타트업 기술 덕분에 동물 복지와 먹거리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식물에서 뽑아낸 단백질로 달걀을 만들고 젖소 DNA를 합성해 우유를 생산할 수도 있다. 또 곤충을 이용해 고단백 먹거리를 생산하기도 한다.

실리콘밸리의 식품 스타트업 ‘햄튼크릭푸드(Hampton Creek Foods)’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란을 잠재울 만한 상품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닭 없이 만든 달걀 ‘비욘드 에그’를 내놓았다.

비욘드 에그는 10여 가지 식물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파우더 형태로 만든 인조 달걀이다. 가격이 기존 달걀보다 저렴하고 맛은 물론 영양학적 가치도 높다. 햄튼크릭푸드는 설립 3년 만인 2014년 90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 세르게이 브린 알파벳 사장(구글 공동 창업자), 제리 양 야후 공동 창업자, 토니 블레어 영국 전 총리 등 세계적 인사들이 이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투자했다.

또 공기를 정수해 식수로 만드는 기술도 스타트업에 의해 개발됐다. 사막에서 오랫동안 복무했던 아레 코하비 이스라엘 방위부대 사령관은 늘 제한된 물 공급이 고민이었다. 그러던 중 그는 에어컨 실외기에서 떨어지는 물을 보고 “비슷한 원리를 이용하면 물을 직접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코하비 사령관은 전자제품 회사 오리스(Oris)에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엔지니어를 지원받았다. 또 군대 동료였던 아비 페레츠도 영입해 공기 중의 수증기를 잡아 물을 만드는 기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워터젠(Watergen)’의 시작이 됐다.

워터젠이 개발한 물 포집 장치 ‘제니우스’의 원리는 공기 중의 수증기를 포집해 액화하고 이 물을 필터에 걸러 불순물을 제거, 특수 저장 탱크로 보내게 된다. 물 1리터를 생산하는데 2센트 가치의 전기면 충분하다. 또 매일 250~800리터의 물을 생산할 수 있어 물 부족 국가에 유용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특히 최근에는 정수 기술을 활용해 배낭처럼 메고 다닐 수 있는 ‘스프링’이란 제품도 선보였다. 휴대성을 위해 포집 기술까지 장착하진 않았지만 고여 있는 물이나 산업 폐수도 깨끗한 물로 정화할 수 있다.

스타트업들은 플랫폼 산업의 흐름에서도 이미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많은 사람이 식재료·약·음식 등에 대한 정보를 검색할 때 네이버나 구글을 사용해 정보를 찾지만 이들 검색 사이트에서 찾은 정보의 신뢰도를 검증할 방법이 마땅히 없었다.

이런 문제점에 착안해 2013년 설립된 이스라엘 스타트업 ‘컨슈머피직스(Consumer Physics)’는 휴대용 분자 스캐너 ‘스키오’를 개발했다.

스키오는 약·식재료 등을 스캔하기만 하면 조리된 음식의 화학 정보를 제공한다. 컨슈머피직스 공동 창업자 드로 샤론 최고경영자(CEO)는 어렸을 때부터 환경과 재료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음식과 그 성분에 흥미가 있었다.

샤론 CEO는 시장에서 식료품을 사다 먹을 때 지역·상태·계절·품종 등 확인해야 할 정보가 너무 많고 복잡했던 것을 느꼈다. 이런 불편은 휴대용 분자 스캐너 스키오의 개발 동력이 됐다.
샌프란시스코 '립모션' 본사에서 공동 설립자인 데이비드 홀츠가 손가락 추적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립모션' 본사에서 공동 설립자인 데이비드 홀츠가 손가락 추적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스타트업의 끝없는 ‘도전 정신’

또 스마트폰이나 PC의 자료를 웹상 저장소에 올리는 클라우드 서비스 ‘드롭박스(Dropbox)’를 현실로 옮겨온 이들도 있다. 크리스토프 매튜 박스비 창업자는 해외로 이사를 자주 다니는 부모를 따라 무려 22번의 이사를 경험했다. 이사 때마다 버릴 수도 그렇다고 새 집으로 가지고 가기도 부담스러운 물건은 항상 있었다.

이런 점에 착안한 그는 현실의 드롭박스를 만든다. 첫 사업에서 트럭 한 대를 빌리고 박스를 준비해 구글에 광고를 냈다. 이것이 바로 ‘박스비’의 시작이다.

박스비는 맡길 물건 개수와 주소만 입력하면 직원이 직접 집을 방문해 물건을 수거한다. 물건을 받을 때도 같은 서비스가 제공된다. 특히 이용자가 맡긴 물건을 다른 이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은 공유경제에서 착안했다.

인터페이스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도 있다. 모션새비(Motionsavvy)는 청각장애를 가진 알렉산드라 오팔카 최고기술관리자(CTO)에 의해 세워졌다. 오팔카 CTO는 청각장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 연구에 매달렸고 3D 제스처 인식 기술로 청각장애인용 수화 번역기를 개발했다.

또 영화 ‘아이언맨’에서처럼 허공에 화면을 띄워 놓고 손짓만으로 첨단 무기를 설계하는 장면도 현실이 됐다. 상상 속에만 있던 이 기술은 실리콘밸리에 자리한 스타트업 ‘립모션(Leap Motion)’에 의해 개발됐다.

립모션은 디지털 정보를 실물처럼 다룰 수 있게 해주는 3D 동작 인식 장치 ‘립모션 컨트롤러’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컨트롤러를 통해 웹 서핑 등 간단한 작업부터 디자인·설계 등 복잡한 작업까지 모두 손짓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해 낸다.

이 밖에 친환경을 사업의 중심으로 둔 ‘모던메도’는 3D 프린터로 육류와 가죽을 생산한다. 이 기업이 배양한 인공 육류는 기존의 공장식 축산업과 비교해 토지와 물을 각각 99%, 96% 적게 사용하고도 동일한 양의 육류를 확보할 수 있다. 또 인공 가죽은 기존의 가죽 제작 방식보다 10배 정도 이른 시간 안에 동일한 양의 질 좋은 가죽을 확보할 수 있다.

이처럼 글로벌 스타트업들은 이미 미래를 향해 저만치 뛰어가고 있다. 단지 이들 기술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이다. 앞서 소개한 스타트업의 탄생은 하나같이 이용자의 불편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다.

또 누구도 성공을 장담하지 못한 불확실성을 안고 도전해 성공의 결실을 얻었다. 지금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미래 기술을 바라보고 또 미래를 예측할 것인지 고민할 때다. 수십 년 뒤 우리는 물론 아이들의 미래가 이들 기술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이차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들었고 고용을 줄이는 중이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수도 있다.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시작한 스타트업과 그들의 기술력은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삶과 전혀 다른 가치를 창출한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가 구글의 성공을 미리 알 수 있었더라면 하고 후회할 일이 아니라 미래의 구글이 어떤 기업이 될지 내다볼 수 있는 스스로의 시각 변화가 필요한 때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구글보다 더 높은 성장 가능성을 보이는 스타트업들이 즐비하다. 이들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당신의 미래를 바꿀 것이다.

'알파고 쇼크'…'넥스트 구글'을 찾아라
NEXT GOOGLE?
(넥스트 구글은 어디인가?)


저자 : 곽동훈 김민주 박승호 박현덕 신지나
출찬사 : 한국경제신문i
가격 : 2만원

한경비즈니스=김태헌 기자 k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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