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넷마블게임즈는 올초 모바일게임의 ‘해외시장 개척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30조원에 이르는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을 공략해 글로벌 게임사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에서다.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2위 게임업체로 발돋움한 넷마블게임즈의 성장사는 한 편의 드라마다. 매출 급감 등으로 위기를 맞았으나 시장의 변화를 미리 간파해 PC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발빠르게 사업을 재편한 덕분에 5년 만에 매출이 4배 이상 늘어나는 등 초고속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엔씨소프트 등 경쟁사들이 성장 정체에 빠져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넷마블게임즈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을 밑천으로 공격적으로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서다. 최대주주인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IPO를 계기로 내년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다”고 경영 목표를 제시했다.

위기의 순간에 드라마를 쓰다

국내 게임업계 선두권이던 넷마블게임즈는 2011년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퍼블리싱(운영·유통)하던 총싸움게임 ‘서든어택’ 개발사 인수전에서 경쟁사인 넥슨에 밀린 게 화근이었다. 매출의 30%가 한순간에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리프트’ 등 10여종의 PC 온라인게임 신작을 냈지만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다. 이때 방 의장이 전면에 나섰다. 방 의장은 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모바일 게임회사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당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PC 온라인게임에 비해 턱없이 작았지만 스마트폰 보급 등으로 시장이 급팽창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13년 출시한 자동차레이싱게임 ‘다함께 차차차’가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면서 모바일게임 사업에 청신호를 켰다. 남들은 하나도 쉽지 않던 1000만 다운로드 게임을 줄줄이 냈다. ‘다함께 퐁퐁퐁’ ‘마구마구 2013’ ‘모두의마블’ ‘몬스터길들이기’ 등이 그것이다. 모두의마블은 누적 다운로드 수가 2억 건을 돌파할 정도로 지금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덕분에 넷마블게임즈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매출은 1조729억원으로 전년 대비 86% 성장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내겠다”

넷마블게임즈가 최근 글로벌 게임회사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남들보다 한발 빨리 모바일게임 시장에 뛰어들어 변신에 성공한 넷마블게임즈가 해외시장을 성장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북미·중국·일본 등 해외시장 공략 계획도 내놨다. 블리자드, 슈퍼셀 등 글로벌 게임업체와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모바일게임 업체들의 공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넷마블게임즈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핵심 사업전략으로 △대형 지식재산권(IP) 확보 △철저한 현지화 △이용자 개인별 맞춤 서비스 제공 등을 꼽았다. 이승원 넷마블게임즈 글로벌전략 부사장은 “지난해 넷마블이 글로벌 퍼블리셔 톱 10에 진입하는 등 성과를 거뒀지만 그동안은 도약을 위한 선행 단계였다”며 “유명 IP를 결합한 라인업 확대와 지역별 최적화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블리자드가 킹을 인수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글로벌 시장에서 게임업체의 규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중국 게임회사도 빠르게 해외시장에 진출하면서 속도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넷마블게임즈는 국내 시장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해 한국 게임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글로벌 파이어니어(개척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넷마블게임즈는 ‘빅 마켓’으로 불리는 북미·중국·일본 시장에는 지역별 맞춤형 게임을 제작해 현지화 작업을 거친다는 방침이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 엔진 ‘콜럼버스’를 활용해 파악한 권역별·국가별 게이머들의 성향 및 특성을 반영할 계획이다. 콜럼버스는 이용자의 행동 패턴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도구로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기업 가치는 최대 20조원”

넷마블게임즈는 최근 IPO 준비에 한창이다. 경쟁력 있는 게임 개발사를 인수하고 대형 IP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권영식 넷마블게임즈 대표는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은 규모 키우기와 속도 경쟁을 통해 재편되고 있다”며 “인수합병(M&A), 글로벌 마케팅, 미래사업 투자 등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IPO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상장 시기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될 것”이라고 했다.

넷마블게임즈는 최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씨티글로벌마켓 JP모간 등 국내외 증권사 4곳을 IPO 주관사로 선정해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착수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업계에서는 넷마블게임즈의 기업 가치를 최소 10조원 이상에서 최대 2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넷마블게임즈는 인기 게임을 다수 보유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자회사의 상장도 검토 중이다. ‘모두의마블’ 개발사인 넷마블엔투, ‘세븐나이츠’를 개발한 넷마블넥서스를 비롯해 ‘몬스터길들이기’ ‘마블 퓨처파이트’ 등을 개발한 넷마블몬스터와 ‘레이븐’을 개발한 넷마블에스티의 합병 법인을 우선 상장한다는 방침이다.

백영훈 넷마블게임즈 사업전략 부사장은 “올해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자체 개발작을 비롯해 다양한 신작을 통해 국내 및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