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첫 대국이 알파고의 승리로 끝나자 바둑계는 충격에 빠졌다. 9일 대국 해설에 나선 유창혁 9단은 중후반 이 9단의 패색이 짙어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대국이 끝난 뒤 “알파고도 실수를 했지만 이세돌 9단도 자신의 바둑을 잘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4층 바둑 국가대표 연구실에서도 한숨이 터져나왔다. 이날 김지석 9단 등 프로기사와 한국기원 연구생 등은 머리를 맞대고 대국 내용을 살펴봤다. “이렇게 붙여 두면 어떨까?” “이거 알파고가 잘 둔 수지” 등 활발한 대화가 오갔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알파고가 결국 이겼다”며 “이 9단도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네이버, 사이버오로 등 대국이 생중계된 사이트에서는 관전하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프로기사와 맞설 정도로 실력이 대단하다”며 대국 내용에 감탄했다.

세계 언론도 긴급히 소식을 알렸다. 중국 봉황망은 “알파고가 한 판만 이겨도 AI의 승리라고 생각했던 바둑기사들이 많았다”며 “첫 판부터 이길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전했다.

미국 IT 전문매체인 버지도 “구글의 딥마인드가 전설적인 바둑기사 이 9단에게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IT 매체인 와이어드는 “구글의 창조물이 바둑의 최고 고수와 겨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르몽드도 “세계 최고 바둑기사가 상징적인 경기에서 AI에 패해했다”는 제목으로 알파고의 승리를 발빠르게 전했다.

김보영/박종서 기자 wing@hankyung.com